충북 청주 가덕면 상야리에 터 잡고 각궁 제작
많은 시행착오 겪으며 10년 투자해 기술 터득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각궁(角弓)은 나무와 힘줄 외에 뿔을 주 재료로 만든 활을 말한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등장하는 활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각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활을 전장터에서 중요한 무예로 쓰였으며 궁궐, 일반 백성의 의례에서도 다양하게 활을 사용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느닷없이 이 고분 벽화 그림 속 활에 꽂혀 활 제작이 업이 된 김광덕(61) 각궁장. 그는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상야리. 풍수상 기가 매우 세다는 곳에 터(청주각궁)를 잡아 각궁 제작하는 일에 빠져 있다.

김광덕 각궁장은 손재주가 좋아 어려서부터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 내는데, 곁눈질로 익힌 것도 자신의 일이 돼곤 했다. 어느덧 전문가 못지않은 것이 만들어지기도 해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에 접근해 집요하게 하다 보니 경지에 이르기도 했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상야리 작업실, 청주각궁에서 작업하는 김광덕 각궁장.

그가 처음 공예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1989년 무렵 서각(書閣)이다. 서각을 잘하기 위해 서예를 배우기도 한 그는 진안 마이산 은수사 사찰 현판 작업을 시작으로 전국에 사찰 현판 13점을 불사하기도 했다.

그가 새기는 서각의 서체는 해서와 행서를 혼용하면서도 추사체를 닮았다. 여기에 그가 개발한 입체양각기법을 사용해 서각한다. 입체양각기법이란 글자가 입체적으로 도드라지게 한 후에 글자를 이루는 몸체 둘레와 바탕 나무에 빗살무늬를 넣는 것이다. 글자의 입체감을 줄 뿐 아니라 자신만의 독창성을 가미해 보는 이들이 싫증나지 않도록 변화를 준 것이다.

"공예가라는 이름을 달았으니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보기 좋을까 고민하다 입체양각기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냈지요. 더불어 사는 인생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서각에 빠져 있던 무렵 경북 예천에 갔다 우연히 각궁 만드는 것을 보게 되었다. 2007년에 작고한 예천궁장 권영구씨였다. 궁장이 만드는 것을 보고 재주가 있으니 따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오만이었다. 쉽게 되지 않았다. 5년을 배우고 5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10년을 투자했다. 짐승 뿔이 재료이므로 재료 값도 만만치 않았다. 2007년경 ‘이 정도면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겠다’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돈을 받고 판매를 시작했다.

시대의 변화가 있었고 IMF를 지나며 서각 작업의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이후에 활을 만들어 팔면서 겨우 용돈이라도 쓸 정도가 되었다.

한 장의 활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4개월이 소요된다. 자연재료를 이용하는 만큼 재료의 탄력성 때문에 계절이 중요하다. 11월에 작업을 시작해 소 힘줄을 붙이는 설에 마지막 작업이 들어가고, 이후에 건조과정만 1개월 정도 거쳐야 한다. 각궁은 기후에 따라 못 쓸 물건이 되기도 해 늘 따뜻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이 과정을 다 거쳐야 활을 사용할 수 있다.

한 장의 활에 물소 뿔 두 개가 소요돼 소 한 마리가 들어가는 셈이다. 물소 뿔은 수입에 의존하고 소 힘줄은 국내 도축장에서 구해 온다. 물소 뿔을 깎아 형태를 만들고 대나무와 굴참나무, 대림목과 상목, 소의 힘줄을 민어 부레로 만든 풀로 단단하게 접착시킨다. 민어 부레로 풀을 만드는 가공단계도 여러 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활시위인 현실을 만드는데, 목실 50가닥을 꼬아 사용한다. 이 모든 공정이 170가지다. 각궁은 나무와 뿔을 합해 만들어 합성궁 기술이라 하는데, 일반 목궁과 달리 탄력이 좋아 전장의 무기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재료 수급이 관건이에요. 예전에는 세관에서 밀수품으로 오해받아 조사를 받고 벌금을 낸 적도 있습니다. 타산이 안 맞지만 제가 만든 활을 찾는 고객이 있어 자부심으로 작업합니다. 제작 과정의 고단함은 말할 수 없죠. 접착제 만드는 일도 시간과 무수한 공력이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활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실제 국궁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활이 각궁이다. 각궁 외의 작업은 주로 방송 촬영 영상제작자들을 위해 필요한 것을 복원해 주는 경우다. 기록에 등장하는 활은 대부분 복원을 마쳤다.

과거시험 볼 때 사용한 대궁,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각궁의 한 종류인 동개궁(筒介弓), 연속 발사가 가능해 전장에서 많이 사용한 수노기 활, 일반 서민들이 사용하는 죽궁(竹弓) 등을 복원했다.

각궁 제작에 있어 꼼꼼하고 완벽을 기하는 성정을 아는 고객들이 그가 만든 활을 찾는다. 어떻게 하면 전통 활의 기능에 맞게 견고하게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지 늘 고민하다. 궁도 7단으로 전국체전에 직접 충북 대표로 출전한바 있는 그는 전통무예 국궁을 널리 알리고 올바른 국궁 문화가 정착되기를 고대한다.

 

서각의 입체양각기법.
활시위를 당겨보는 김광덕 각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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