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주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연구위원

[충청매일] 지난해 겨울 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하여 한동안 잠잠했던 가축전염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더니 급기야 여름이 시작되는 5월 한우에서도 4년여 만에 구제역이 발병하였다.

기후 온난화의 영향탓 인지 가축전염병 역시 이제는 계절에 관계없이 발병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한우에서 백신을 접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발병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거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가축의 대량살처분에 따른 악몽이 떠오르게 한다. 

발병의 원인이 백신이 불량하거나, 접종과정에서 항체 형성이 미약한 개체 때문에 발병하였으면 다행이겠지만, 만에 하나 변이종이나 백신외 타입에 의한 발생이라면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우려스러운 상황은 여러 농가에서 동시에 발병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바이러스가 이미 양축농가에 퍼져 상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축농가와 방역당국의 대응이 요구된다할 수있다.

금번 전국 최초로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이를 가볍게 지나칠 수 없어 그간 지역의 축산여건 변화에 대하여 몇가지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마을에 있던 축사를 악취 근절한다는 명목으로 논으로 이전시킨 것이다. 그것도 제한된 지역에 집중시키는 무리수까지 두어가면서 말이다. 여기서 간과한 것은 악취제거만을 목표로 마을에서 축사간 이격거리는 적용하였으나, 수년간 최대 피해를 야기했던 전염병 발생시 대량살처분의 원인인 축사 간의 이격거리는 제외되었다는 사실이다.

가축전염병에 대한 예방대책중 최고의 효과적인 방법은 이격거리 확보이다. 투자대비 효과면에서도 이격은 소독과 백신보다도 효과가 높다. 악취를 담당한 환경부서 시책이니 이해되는 면도 있지만, 왜 축산부서가 최대의 피해를 야기하는 전염병을 대비한 축사간 이격거리를 시정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그 결과 지금도 청주 외곽 여러 경지정리된 논이  밀집되어 축사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논이라는 평지에 축사가 몰려 있다보니 전염병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빠르게 전파되고 동시에 넓은 지역을 단숨에 전염 시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바람에 실려 수십 킬로를 날아가 전염시킬 수 있다. 산지가 70%를 차지하는 우리 지형에서는 골짜기, 산, 나무, 숲 등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아주지만 들녁에 밀집된 축사 지역은 예외가 된다.

오히려 전파속도가 빠르고 동시성을 갖는 반면 신속한 차단과 확산 대응을 위한 방역활동에는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도내에서 최근 발생한 가축전염병(AI,구제역)은 신축한 축사가 밀집되어 있는 이 지역에서 빠짐없이 발생하고 있다. 

셋째, 차량에 의한 전파 확률이 높은 우리 실정에서 좁은 공간과 농로를 겹쳐서 통행하고 있는 사료차, 분뇨차, 도축차, 약품차등에 의해 접촉의 기회가 많아 바이러스 유입이 쉬운 환경에 놓이게된다. 발병 시에 피해가 대형화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입주한 농가들 간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방역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증폭되고 있으며 이를 방치하고 이전시키는 당국만 원망할 뿐이다. 지금과 같이 전염병이 발병한 상황에서는 병이 발생하지 않은 양축농가의 불안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오죽하면 먼저 걸리고 하루라도 빨리 단지를 벗어나는 편이 좋다고 표현하겠는가. 

넷째, 분뇨에 의한 악취를 해결하기 위하여 집단 이전을 시도한 만큼 정책 목표가 달성되었는가하는 점이다. 오히려 악취가 질과 양적으로 형성되는 결과를 가져와 바람길에 위치한 이웃 지역에서는 악취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웃 하천에 유입되는 가축분뇨에 대한 한 실태조사(충북보건환경연구원보.2023년)보고에 의하면 공공처리시설에 위탁하는 농가는 12%정도이고, 농가 자체처리시설에 의존 하는 것은 76%로 발표하였다. 이는 축사이전에 기반시설로 공공처리시설을 완비하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대부분은 그러하지 못하다. 게다가 향후 미호천 수질개선사업이 본격화 될 경우 주 하천오염원이라는 오명부터 벗어나야하는 숙제까지 떠안게 된 상황인 것이다. 

다섯째, 밀집단지지역으로 관내 마을에 있는 축사 뿐만아니라 타 시·군, 시·도에서도 토지만 구입하면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가축전염병으로  축사가 이격거리를 고려하지않은 집단사육지역이 사라진 경우를 우리는 이미 경험하였다. 그 하나가 현재는 인근 내수체육공원으로 조성한 양돈사육단지가 구제역 발생으로 그랬고, 다른 하나는 오리사육으로 각광받던 축사단지가 AI 발병으로 면단위 축산농가가 자취를 감추었다.

또한 도심 외곽의 모 고등학교가 악취 소송을 제기하여 축산농가가 축사를 신축 후 아직까지도 입식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이번 발병을 계기로 우리 지역의 축산은 지속가능하고 가축전염병으로부터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더 이상 밀집단지 진입을 차단하고, 축사간 최소 방역을 위한 이격거리가 제도화해야 한다.

가축분뇨는 전문위탁처리를 위해 공공처리시설을 사전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며(자체 경축순환농가는 제외), 기 조성된 집단 사육지는 개인이 아닌 지역단위 공동방역시스템을 도입하여야한다.

기반 시설 선행투자는 가축전염병 발병으로 인한 대량 살처분 비용과 방역비용, 환경관리 비용을 줄여나감으로써 상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래의 축산형태는 축사단위가 아닌 농장(축사+사료포+운동장)단위 형태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발병시 신속한 차단방역으로 가축전염병 확산을 막아야하나 현재와 같이 축사가 집중되어 있으면 방역을 위한 진출입 자체가 곤란하다.

따라서 전문적인 축산을 위하여 환경, 건설, 건축행정의 뒷전에 머물러 있는 축산방역행정이 전면에 나서 축사 허가 단계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여 차후 발생에 대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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