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를 기록하며 9개월 동안 이어지던 5%대 고물가 흐름이 다소 완화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 물가 오름폭이 확대됐지만, 외식 등 개인 서비스 상승률이 소폭 둔화하고 석유류와 축산물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물가 상승폭도 둔화된 모습이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100)로 1년 전보다 4.8% 올랐다. 상승폭은 지난해 4월(4.8%) 이후 가장 작았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5월(5.4%) 5%대로 올라서더니 같은 해 6월(6.0%)과 7월(6.3%)에는 6%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12월(5.0%), 올해 1월(5.2%)까지 5%대 물가를 이어가다가 지난달 4%대로 하락했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6.0%, 3.8%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물가는 1.1% 오르는 데 그쳤다.

농축수산물 중 농산물 가격은 1.3% 상승했다. 채소류 가격이 7.4% 오르면서다. 등락 품목을 보면 쌀(-8.1%), 배추(-21.6%), 토마토(-14.8%), 사과(-6.9%), 딸기(-7.8%) 등의 가격은 내려갔지만 풋고추(34.2%), 파(29.7%), 귤(14.3%), 오이(27.4%), 양파(33.9%) 등이 올랐다.

축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2.0% 하락했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축산물 세일 행사가 진행되면서 2019년 9월(-0.7%) 이후 3년 5개월 만에 내림세로 전환했다. 품목별로는 닭고기(16.4%)는 올랐지만 국산 쇠고기(-6.1%), 수입 쇠고기(-5.2%) 등은 가격이 떨어졌다. 고등어(13.5%) 등의 가격 강세로 수산물은 8.3% 상승률을 기록하면 2017년 5월(8.6%) 이후 최대 오름폭을 보였다.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5.1% 올랐다. 이 중 빵(17.7%), 스낵과자(14.2%) 등 가공식품 물가가 10.4% 상승했다. 2009년 4월(11.1%)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반면 석유류 가격은 2021년 2월(-6.3%) 이후 2년 만에 하락했다. 경유(4.8%), 등유(27.2%) 등은 올랐지만 휘발유(-7.6%), 자동차용 LPG(-5.6%)가 석유류 물가를 끌어내렸다.

전기료(29.5%), 도시가스(36.2%), 지역 난방비(34.0%) 등이 오르면서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1년 전보다 28.4% 급등했다. 이는 2010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률이다. 전월과 비교하면 0.1%포인트(p) 상승했다. 전기, 가스요금은 그대로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상수도 요금이 오르면서 수도 요금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전월보다 0.9% 올랐다. 유치원 납입금(-19.1%), 사립대학교 납입금(-0.8%) 등은 내려갔지만 택시요금(7.2%) 등이 오른 영향이 반영됐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전년보다 5.7% 상승했다. 이 중 생선회(7.8%) 등 외식 물가는 7.5%를 올랐다. 외식 외 서비스 물가는 0.7% 상승률을 기록했다.

집세는 전세(1.6%)와 월세(0.6%) 등이 모두 오르면서 1.1% 상승했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5.5%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4.8%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4.0% 올랐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을 보면 소비가 주춤해지면서 외식 등을 포함한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소폭 둔화됐다"면서 "중국 경제활동 재개로 국제 원자재 상승 움직임이 있어서 물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4%대에 진입하는 등 안정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안정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누적된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식품·서비스 등 수요품목의 가격 불안요인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29(2015년 100기준)로 전월 대비 0.4% 상승하며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전기요금, 서비스가격(음식·숙박 등) 인상 등의 여파다. 특히 전기요금은 전월보다 10%가량 올랐는데, 이는 43년 만에 최대폭이다. 사진은 23일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되어있는 전력량계. 2023.02.23. kg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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