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파행·야당 사퇴 요구·시민단체 반발

충북도의회 음주 추태 논란 확산



충북도의회 이태훈 대변인(오른쪽)과 안지윤 부대변인이 2월 28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소속 도의원의 공무국외출장 중 음주 추태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충북도의회가 소속 의원의 음주 추태 논란으로 상임위 등의 파행과 함께 도민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도의회는 28일 ‘공무국외출장 기간 중 도의원 행위에 대한 입장’을 통해 "깊은 사과와 함께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음주 추태 논란은 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 소속 한 의원이 지난 21일 인천발 프랑크푸르트(독일)행 기내에서 같은 비행기에 탔던 한 승객이 26일 도의회와 언론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이 승객은 전자 우편에서 "A의원은 이륙하자마자 맥주부터 달라고 했고, 14시간 비행 내내 취해 있었다"며 "계속 술을 추가하자 승무원이 제지했고, 취해 떠들어대면서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 세금으로 가는 공무 연수 길에 술부터 찾는 도의원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며 "충북 사람들은 자기가 뽑은 도의원의 처참한 수준을 알기는 할까"라며 비난했다.

이 승객의 제보 외에도 승무원에게 술을 반복적으로 주문하고, 자신의 양복을 구겨지지 않도록 놔달라고 요구하거나 항공기 속도를 묻는 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충북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연수라는 공무 수행을 하면서 도의원이 다른 승객에 대한 배려 없이 눈살을 찌푸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면, 개인의 일탈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천만 원의 예산이 쓰인 해외연수 성과를 논하기 전, 기본적인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음주 추태 의혹이 벌어졌다"며 "지난 2017년 도의회가 폭우 속에서도 해외연수를 강행하고 이를 비판하는 국민에게 레밍(쥐의 일종) 같다고 막말을 쏟아냈던 악몽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사자는 반성이 아니라 해당 사실을 잡아떼기 급급한 모습"이라며 "해외 연수가 가진 의미와 도민의 대표라는 역할과 무게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의회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음주 추태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윤리특별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도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징계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오천도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대표도 도의회 현관 앞에서 A의원의 해외 연수 중 기내 음주 추태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오 대표는 "세금을 반납하라"며 캔 맥주를 따 내용물을 현관문과 바닥 등에 뿌렸다.

도의회 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도 비난전에 가세했다.

충북도당은 성명에서 "A의원이 항공기 안에서 이런 소란을 벌인 것이 사실이라면 승객들의 소중한 여행을 망친 것은 물론이고 안전까지 위협한 중차대한 문제"라면서 "사실로 밝혀지면 해당 도의원은 도민 앞에 사죄하고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해당 의원은 "악의적인 제보"라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A의원은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맥주 1~2캔 마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추태라고 비난받을 행동도, 소란도 피우지 않았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A의원의 추태 의혹에 관한 각계각층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도의회는 파행했다.

이날 도의회는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를 열어 산업경제위원회, 행정문화위원회, 정책복지위원회, 교육위원회의 해외연수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심사위에 앞서 모인 4개 상임위원장들은 남은 해외연수 일정 취소를 결정한 뒤 2시에 개회하기로 했던 심사위를 산회했다.

도의회는 공무국외출장 규정에 따라 연수 일정의 적절성 등에 관한 심사위의 심사와 승인을 얻어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연수를 계획한 산경위는 내달 28일, 미국 서부 연수를 추진한 행문위는 내달 27일 출국할 예정이었다. 교육위와 정책위는 각각 27일과 29일, 호주와 영국으로 떠날 계획이었다.

해외연수 출국이 임박한 시기에 나온 취소여서 위약금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도의회는 전체 의원 간담회를 열어 올해 국외연수 일정을 전면 재검토할 계획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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