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이 좋기로는 청주 무심천 만한 곳이 또 있으랴.

하늘거리는 가을 억새풀꽃과 화사한 사월 벚꽃 터널 길.

일년에 두 번 절정을 이루며 무심천은 온전히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을 위해 온몸을 태워 아름답게 단장한다.

무심천은 누가 뭐래도 바로 지금의 사월이 좋다. 노랑 개나리로 밑줄 금 긋고 그 위로 하늘바라기 무릉도원으로 서있는 흰 눈꽃.

그 뿐이랴. 연초록 물감을 붓끝으로 톡톡 물가에 뿌려 놓은 듯, 무심천 버드나무는 지금 초록 뭉게구름으로 피어오르고 있다.

무심천은 몇 군데 빼어난 조망지역이 있다. 그중  최고의 전망 포인트로 나는 일산프라자 아래 넓게 여울목을 이루며 굽이쳐 흐르는 그 지점을 꼽는다. 너른 흰 모래톱과 운동장 같은 푸른 잔디에 큰 키로 서있는 적송군락, 유유히 물길을 가르는 천둥오리와 정겨운 돌 징검다리. 수곡동쪽보다는 건너편 석교동쪽 둑, 그 높은 둑길 위에서 내려다보는 무심천이 좋다.

그래서 지금도 변치 않는 관광청주의 공식은 대체로 청주 진입로가로수길~무심천~우암산 순환도로~상당산성으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공약, 그 중심에는 무심천이 있다.

누구는 수중보가 있어 물이 풍성해 보여 좋다하면 누구는 그것이 바로 생태흐름의 원흉이라 말하기도 한다.

동식물 서식처로서의 본래의 자정 능력을 갖춘 자연 하천으로 손끝하나 대지말고 그냥 둬야 한다는 이가 있고.

도심 속을 흐르는 하천이므로 도시민들의 생활 속의 생태하천으로 휴식 공간으로 하상도로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이렇듯 우리가 무심천을 사이에 두고 갑론을박하는 사이 정작 하천을 이루는 가장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유량에 대해서는 한동안 간과하며 지낸 듯하다.

물길은 누가 뭐래도 물이 주체이다.

맑고 푸른 물이 풍성히 흘러야 물길이 제 몫을 하는 것이다.

그런 잣대로 무심천을 보면 무심천은 분명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는 위태로운 건천에 다름 아니다.

현재 청주시의 물 순환체계는 보이는 물(무심천)과 보이지 않는 물(차집관로 유수)등 이원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언뜻 보면 더러운 생활하수는 걸러내 미호천으로 보내고 깨끗한 물이 무심천으로 흐르게 하는 논리로 보이지만 사실 이 이원화 물 순환 체제가 꼭 바람직한 이수·치수기능의 전형은 아닌 셈이다.

이미 우리가 경험했듯이 생활하수와 함께 흐르는 양질의 지류도 대부분 새나가는 통에 우기를 제외하고는 또 대청호의 물을 인공적으로 방류하기 전에는 늘 무심천은 목말라하고 있다.

엄청난 분량의 차집관로를 묻으며 주변 치장에 들이는 노력대신 곳곳에서 모여드는 작은 지류나 도시하천하류에 바이오톱 같은 일련의 수질 정화 시설을 설치하거나 각 가정 에서의 환경의식 개혁등으로 이제는 다른 자리로 앉아 무심천을 바라보면 어떨까.

특히 이같은 이론은 선진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검증되고 일반화 된 것이어서 청주도심 물 순환체계의 일원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심 하수구이든 우암산 상좌골 도랑물이든 이제는 물길이 물길을 이뤄가며 제 모습으로 큰 물길을 찾아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싶다.

언제까지 그렇게 물속의 물길로 지하관로를 묻고 살 순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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