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에 복지사를 파견해 경로당의 여가문화를 질적으로 높여보려는 정책이 마련됐다.

름하여 경로당 복지지도사이다. 충북도 여성정책관실에서 여성 일자리 찾기 인턴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여성들에게는 일자리를, 경로당에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너지를 올릴 기대되는 사업이다.

경로당 복지지도사 인턴 교육을 하고 있는 필자가 교육생의 현장 실습지도를 위해 도내 경로당을 순회하면서 재삼 우리나라 노인들의 무지와 그릇된 행동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  사건이 있어 소개해 보기로 한다.

경로당의 여가 프로그램 증진을 위해 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가운데 매우 흡족해 하며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는 어르신들을 대하면서 만족한 나머지 재차 방문 할 것을 철석같이 약속했다. 그런데 다시 경로당을 찾았을 때는 한 분만이 남아있었다.

“오늘 오기로 약속했는데 다 어딜 가셨어요?” 하고 물었더니 “다들 약 장사한테 갔지~” 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왜 할머니는 혼자 남아 계세요?” 하니 “ 응 ~ 이말 전해주려고 남아 있지” 하고 대답해  어이가 없어 다음 말이 안 나왔다. 1주일에 한번 여는 노인 강좌만 7년. 경로당 순회 교육 8년여를 운영해온 필자가 가장 자존심 상하는 일은 필자의 교육을 보이콧하면서 약장사에게 달려가는 노인들의 행위이다. 노인 교육에 일가를 이뤘다고 자부하는 필자의 가장 경계해야 할 경쟁자가 바로 약장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르신들의 마음을 그렇게 사로잡았는가. 우선 첫 번째는 ‘공짜’를 좋아하는 심리를 이용해 물량공세를 편다는 점이다. 과거의 약장사와는 단위가 다른 선물 공세이다. 오기만 하면 무조건 지급하던 화장지와 밀가루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둘째는 입담 좋은 쇼 공연으로 넉 없이 웃고 즐기며 시간 때우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점이다. 하루 하루를 화투 등으로 시간을 보내며 지내왔는데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웃겨주기 때문이다. 셋째는 그들이 행하는 서비스의 수준이 고독하고 소외당한 어르신들을 순간적이지만 행복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모셔가서 모셔 오는 일은 물론, 큰 고객으로 인정되면 외식은 물론 차로 드라이브 서비스를 하고, 팔다리 쑤시는데 효과적인 안마기기까지 동원하면서 관리를 한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피해 (필자의 기준에서 본 피해)가 말 할 수 없이 크다고 하겠다. 시골 경로당 등 주변 인근 5~6곳을 차로 돌면서 한곳에 모여 놓고 장사를 하더니 시골의 농사일이 시작된 요즘은 도시로 나와 큰 건물을 얻어놓고 제 발로 들어오게 하고 있다. 시골의 노인들은 1년 내내 목숨 걸고 농사지어 번 돈을 약장사에게 모두 날려버리면서도 “그래도 그 약을 먹고 안 아프고 농사지었다”고 한다.

이젠 도시로 나온 약장사들 때문에 자식들 속여가며 돈 뜯어내어 약장사에게 돈 갖다 바치는 일이 빚어져 자식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당신들 허리병 나으려다 자식들 등골이 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자식보다 훨씬 잘해준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일인당 최소 백만원대에서 천만원대까지 매출액수가 되니 장사를 위해서 그 정도는 투자하지 않겠는가. 최근엔 장례와 관련된 수의(壽衣) 등의 상품은 물론 장례절차시 행해지는 차량서비스 등의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장례식의 의식까지도 판다하니 헛젯밥을 미리 차려놓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경로당복지사인 필자의 가장 큰 라이벌은 경쟁조차 하기 어려운 약장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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