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경제적인 여유와 시간이 있으면 하고 싶어하는 것 중에 여행을 손꼽는다. 반복되는 일상을 탈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인간의 심리 중에는 있기 때문인 것이다.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하고 난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물으면 대개는 여행을 하거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은퇴하면 여행을 실컷 해보겠노라고 다짐을 했건만, 막상 은퇴를 하고나면 마음 먹은대로 되질 않는다. 대개의 경우 시간은 있는데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젊을 때 즉 돈을 벌 때는 돈이 있었건만 시간이 없었고, 은퇴한 지금은 시간은 많은데 돈이 없고 또한 건강도 허락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행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은퇴한 노인들을 통해 흔히 볼 수 있다.

유머처럼 들리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여행사에서 해외여행 안내를 맡았던 필자의 한 제자가 우리나라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호주로 안내할 일이 있었다고 해 그 일화를 소개해 본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기도 했고 또 긴장도 한 탓에 여행을 즐기기는커녕 조는 일이 많았다. 버스 안에서 열심히 안내설명을 하다가 잠잠해져서 쳐다보면 졸고있고, 지정된 장소에 내려서 견학을 하려고하면 귀찮게 왜 내리라고 하냐며 그냥 차안에서 있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박물관에 가면 “다 똑같은 박물관에 뭘 볼게 있느냐”며 “안내양 혼자 보고와서 얘기해 줘”라고 한다. 얘기를 듣는 순간 뭣하러 그 멀리 비싼 돈을 들여 여행을 갔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정말로 그랬을까 하는 의아심도 들겠지만 그러니까 ‘여행’인 것이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보면 첫 번째 유형이 탐닉형이다. 산수와 자연경관이 수려해 그것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먹을거리가 맘에 들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분전환으로 바람한번 쏘인 것만으로도 족한 유형이다. 두 번째 유형은 탐구형으로 여행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는 유형이다. 이런 부류는 사전에 여행정보를 많이 수집하고 분석해 실제 여행 가서는 그것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려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역사, 예술, 과학, 종교 등 각 방면에 관련된 박물관이나 유적지 등을 찾아 나선다. 많이 보고 듣고 얻을게 많아야 성이 찬다. 세 번째 유형은 탐험형으로 오지 및 산악정복 및 체험형이다. 남극과 북극 등의 탐험을 하는 사람들, 또는 에베레스트 정복을 하는 사람들이 이 유형에 해당하는데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투지의 인물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성공하면 박수갈채를 받지만 반대로 때론 자신의 유일한 생명을 내어주기도 한다. 네 번째 유형은 초월형으로 여행을 통해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뒤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조명해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는 유형이다. 이들은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인간관을 이해하기도해 나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도 터득할 것이다. 여행 중에는 고행도 있을 수 있고, 그러한 고행을 통해 자연과의 교류도 할 것이다. 자연과의 교류 또는 교감을 통해 새로은 우주관을 형성해 생명에 대한 경외와 감사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인생은 여행이나 다름없다. 때론 탐닉하기도, 때론 탐구하기도, 때론 탐험하기도 하며 사는게 인생이다. 그러면서 마지막 인생여행은 이 모든 것을 초월하여 겸허하게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떠나지 않아도 우린 이미 여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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