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냄새 가득 우리 시골 봄날 같아
‘聖山’ 마차푸차레 모습 손에 잡힐 듯

   
 
  ▲ 네팔 안나푸르나 산군 데우랄리 인근에 끝없이 펼쳐진 1천여개의 계단식 논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10일 난두룩 마을의 돌담길을 지나 논두렁에 발길을 올려놓았다. 정겨움과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곳에서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들. 오버랩이 잘되지 않았다.

저 멀리 수력 발전소가 보인다. 히말 지역은 자체적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대부분 태양을 이용한 쏠라 에너지이며 큰 마을이 있는 곳엔 물을 산위에서 파이프를 통해 직강하시켜 에너지를 만드는 수력 발전이다. 수력발전 에너지를 이용하는 동네의 게스트 하우스는 밤새 전기를 밝혀준다.

그간의 올라온 길을 반납이라도 하듯 한숨소리와 함께 계곡에 내려앉으니 거친 계곡물이 부셔지며 나오는 음이온이 우리의 피로를 풀어줬다. 계곡물은 석회암이 흘러 파랗고 하얗게 보였다.

우측의 수백길 폭포는 청량감을 더해줬다. 보라색 들꽃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는 가운데 가끔씩 쇠똥냄새가 뒤섞여 흩날리는 것이 마치 우리 시골의 봄날 같아 정겨웠다.

저 멀리 눈 덮인 안나푸르나 남봉과 아열대 경관과 경사진 산비탈의 자연경관을 보며 걷는 상쾌함이란 이곳을 걸어볼 수 있는 자만의 특권이다. 모디콜라강을 건너 뉴브릿지를 통과해 지누까지 오는데 땀이 흠뻑 났다.

허기진 배를 국수로 달래고 아래 계곡에 있는 온천(따도바니)으로 향했다. 20분을 내려가니 노상온천 탕이 3개 있으며 비교적 깨끗했다. 준비를 못한 여성들은 위에서 족욕을 하고 남성들은 아래 탕에서 전신욕을 했다.

우리의 몸은 온천 속에서 세상의 찌꺼기를 쏟아내듯 굵은 땀방울을 냈다. 그간의 피로감은 차디찬 빙하물 속으로 흘러 내렸다.

지누에 다시 오르니 땀이 흠뻑 났다. 물론 어제의 땀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상쾌했다. 다랭이논 중앙의 급경사를 오르기 시작했다. 앞사람의 발뒷굽이 내 코끝에 닿을 만큼 경사가 급했다. 거친 숨소리, 계단의 지루함이 계속됐다.

이런 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근육조직은 어떠할까. 중간에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만났는데 하교중이라 했다. 이들 일행은 우리가 출발한 난두룩까지 간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생님들이 방학을 맞아 포카라로 나간다고 했다.

거친 숨소리가 턱 끝까지 올라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즈음 마을이 눈에 보인다. 능선을 돌아서니 제법 큰 마을이다. 트레킹 도중 만나는 가장 큰 마을 촘롱(2천050m)이다. 산중턱에 위치한 마을에서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마차푸차레의 위용이 우리를 압도했다.

가장 성스러운 산으로 인간의 발길을 한번도 허가하지 않은 마차푸차레. 이곳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이며 신앙이었다. 서양인들은 물고기꼬리 지느러미를 닮았다 해서 피쉬테일픽(Fish-Tail Peak)이라 부른다. 11일 수천개의 마을 돌계단을 내려와 여울의 다리를 건너 다시 엄청나게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했다.

마을 입구에 올라와 뒤를 돌아보니 정겨운 촘롱 마을이 보였다. 하산 길에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섰다. 저 멀리 뉴브릿지 게스트 하우스가 보였다. 고고한 산사의 내음이 풍기는 마을을 돌아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니 지누가 멀리 보인다. 어제 하루에 걸쳐 걸어온 길이 짧게 굵은 등고선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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