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동 청주성광교회 목사

2005년의 마지막 주일이다. 한 해를 돌아보는 마음은 부끄러움과 죄송함으로 가득차 있다. 열심히 살지 못한 것,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한 것, 마음먹은 것들을 다 이루지 못한 것 등이 한 해를 돌아보는 마음에 가득 차 있다.

또한 황우석 파동으로 인한 정직하지 못한 우리 시대의 아픔이 가슴에 밀려온다. 어떻게 새해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이제 남은 시간이라도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용서를 구하는 시간이 돼야겠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새로운 것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무엇일까. 새로운 사람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뒤의 것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나 잊지 못하는 것 때문이 아닐까.

잊지 못하는 것이나 집착하는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으나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정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의 남은 시간을 조용히 반성하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독일의 위대한 문호 괴테의 집은 늘 그와 이야기를 하고자하는 자들로 붐볐다.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다양했다. 그런데 그들 중에는 남의 험담이나 자기자랑 아니면 상스러운 말만 하다가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괴테는 이런 사람들에게 정중히 “휴지나 음식 부스러기를 우리 집에 흘리는 것은 괜찮습니다만 험담, 거짓, 교만, 더러운 말을 흘리는 것만은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말들을 내 집에 남기고 가지 마시고 모두 주워 가십시오. 추한 말들은 공기와 행복을 더럽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한 해를 정리해야 할 때가 됐다.

어떤 사람들은 불안하고 초조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흐뭇하고 뿌듯할 것이다. 고통의 찌꺼기, 슬픔의 앙금, 미움의 잔재 등을 버려야 한다.

모두 물동이의 물을 쏟아 비우는 것처럼 완전히 쏟아 버려야 한다. 2006년에 주는 새해의 비전은 자기를 비운 자리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다.

기독교를 사랑의 종교라고 말한다. 사랑은 용서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자기의 과거를 용서해야 한다. 자기와 얽혀있는 모든 것을 용서해야 한다. 용서는 새로움의 출발점이다. 이것을 위해 하나님은 자기 아들을 세상에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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