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창시절 야자, 집, 학원을 쳇바퀴 돌며 생활한 나에게 대학교에서 접한 당구도, 노래방도 즐길 거리가 되지 못했고 친구들과 마시는 술만이 유일한 유희였다. 공강 시간에는 강의가 없는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돈 없다며 도주하는 녀석까지 사주겠다며 끌어들여 대낮의 술자리를 가진 기억 중간이 잘려나간 필름중 하나이다. 마시고 토하는 대학생활은 다 똑같지 않은가?
직장 생활시작하며 피곤함, 스트레스 등을 핑계로 마시던 술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을 때, 서른 살을 넘겨 슬슬 건강을 챙기기 위해 술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30대 배불뚝이 아저씨가 다 똑같을 것이다. 아마도..
나만이 아니라 다 그럴 것이라 안도하며 오늘도 불금을 달리고 있을 ‘술덕후’이거나 애주가인 사람들이 읽으며 공감해 볼 수 있는 책을 추천해본다.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은 마이너하고 비주류라는 말을 듣고 주(酒)류 작가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선택한 주제의 책이다. 작가에게 수능 백일주에서 시작해 20년의 세월 동안 가장 꾸준하고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해온 술은 더 이상 작가를 비주류라고 한숨 공격을 할 수 없게 하는 가장 메이저한 주제인 것처럼 보인다.
겉표지에서 소주와 맥주를 거의 1대1의 비율로 말고 있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만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부제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어제 술을 마셨다고 해서 오늘의 술자리를 마다한 내가 아니지만 술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한 편에 자리 잡고 있어 뭔가 작가의 비결이 있나 하는 것이 그 것이었다. 작가의 비결을 찾기 위해 장 두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미소가 번지고 책을 절반정도 읽었을 때 박장대소를 터져 나왔다. “오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도 마신다” 어떤 절주의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매일 마신다는 말이었다.
음주운전, 취객난동, 알코올중독 등 술에 얽힌 부정적인 사건사고로 인해 술에 관한 책을 추천하며 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강식당, 신서유기, 인생술집 등 케이블 채널과 유튜브에서 당당하게 방영되는 ‘술방’의 인기를 보면 주(酒)류문화로서 ‘술책’을 소개한들 어떠한가?
일견 음주나 회식의 강요, 성차별, 폭음 등 문제점 또한 많은 대한민국의 음주문화를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여 세계에 홍보할 자랑스러운 K-문화처럼 보일지 모르는 일부 방송들에 비하면 ‘허심탄회주의’를 강요하는 술자리를 질색한다는 작가는 술과 술버릇에 나름 단호한 편이다.
그런 작가의 주사(酒辭)와 함께 술에 담긴 기억을 거슬러 올라 추억해보며 나도 술 마시러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