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영국의 한 보컬 리더인 올란도 위크스는 자기가 활동하던 밴드를 해체하고 바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본래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지만 14년이나 인기 록 밴드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소금차 운전사’란 책을 통해 음악과 글과 그림을 접목해 ‘멋진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란 이야기를 들려준다.

늘 곁에 있어 줄 것만 같았던 아니 가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배우자를 보내고 생명과 같았던 일자리마져 끊겼을 때, 인생을 정리해야 할 즈음의 우리에겐 어떤 선택이 있을 수 있을까?

나이든 남자에게 낡은 트럭이 한 대 있다. 그 트럭은 여름이면 아이스크림을 파는 차가 된다. 대단한 돈벌이가 되어서라기보다는 겨울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방패막이인 셈이다. 겨울이면 차는, 언 길에 소금을 뿌리는 차가 되고 그는 소금차 운전사가 되는 것이다. 시내 중심가에 크리스마스 불빛이 환해지면 낡은 트럭에 소금을 재어 놓는다. 들락날락거리던 광고등 온갖 음악을 들려주던 그 등도 오늘 밤이 마지막이다. 시의회에서 날아온 해고통지서 때문이다. 귀하의 업무가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그가 몬 소금차의 햇수보다 더 적은 글자수로. 지구가 더워지고 자동으로 얼음을 녹여주는 도로가 생기고 하니 소금차 운전사는 사라질 직업이라는 사람들의 말이 맞다. 그렇지만 그는 살맛이 안 나는 건 사실이다. 때론 목숨을 걸고 작업하는 나에게 차창 밖으로 보내주는 환호에 영웅이 된 기분도 들고 살 맛이 나서 그는 그의 길을 묵묵히 왔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 소금차를 모는 날이 온 것이다.

그는 오래된 25호 집에서 혼자 산다. 착하고 푸근했던 부인은 그리움 속에만 존재하고 이제 마지막 운행을 준비한다. 일기예보에 크리스마스엔 폭설이 온단다. 그래 내릴테면 내려봐라.

그는 여느 때처럼 전자렌지에 저녁을 데워 먹고 정처없이 갈팡대는 눈보라를 바라보며 잠깐 졸기도 하고 옷과 낡은 장바들로 단단히 무장하고 집안의 난로랑 가스랑 고양이 밥이 온갖것들을 단속하고 온수팩 보온병 차보온병등을 빼놓지 않고 챙기며 마지막으로 아내가 되뇌던 자동차키 도 챙겨 길을 나선다. 팔 생각도 살 사람도 없을 1인승 밴. 성한 데가 한 군데도 없다. 그래도 가자고 하면 말을 잘 듣지 않아 발로 한 대 쳐 주고 출동하자하면 얼은 문이 열린다. 한 번에 시동이 걸리기를 바라며 걸어보니 운수가 좋아 한 번에 걸린다. 속력을 못 내는 것도 다행이다. 소금차는 본래 느려야 하니 꼼꼼히 재대로 일이 되니 말이다. 히터는 이미 나갔다. 어둡고 푸른 한밤 이곳에서 시간은 사라진다. 어디로 훌적 내빼는지 불빛에 놀라 멈춰서는지 시간이 점점 사라지는 게 느껴진다. 지금은 묵묵히 일하는 자, 구천을 떠도는 영혼, 뭔가에 열중하는 자의 세상이다. 해보다 달이 좋고 익숙한 그는 잠든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온갖 것들과 교감한다. 소금을 뿌리며. 내년에는 고쳐야지 미루었던 히타는 이미 기능을 잃었고 이젠 고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눈에 익은 마을의 건물들이 스쳐 지나간다. 혼자 깨어있어 외로울 거 같지만 집집마다 잠든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재미있다.

 이제 곧 동이 튼다. 그러나 이젠 아무런 낙도 없는 25호로 돌아갈 수 없다. 소금 뿌리는 일을 하지 않고 사는 게 사는 것 같을까. 내 일의 끝은 내가 정한다. 버스는 정류장이 있고 기차는 선로가 있지만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자유롭다. 그러니 난 계속 간다. 시간을 넘어 모든 도로를 지나 땅끝 더 멀리까지. 차가 버텨만 준다면 석양 너머까지 소금을 뿌리며 그 어느 시의회 관할도 아닌 중력도 닿지 않는 저 하늘 위로 별들이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 소금을 뿌리며 달린다. 그러다 소금이 떨어지면 모든 장치를 끄고 마지막으로 시동을 끄고...

 그 남자는 무엇을 할까. 눈물겹다. 그가 마지막까지 사랑한 그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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