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에세이] 수옥폭포
[김민정 에세이] 수옥폭포
  • 충청매일
  • 승인 2022.07.3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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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른 아침 풋풋한 공기를 가로지르며 국도를 달렸다. 시간 반을 달리니 차창 밖으로 조령산의 울울창창한 푸른 산맥이 끝 간데없다. 백두대간 중심의 마루금이며 신선암봉의 멋진 조망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산길을 지나 수옥폭포를 찾아가는 길은 주차장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바로 만날 수 있었다. 20여m 낭떠러지 3단 절벽을 내려치는 수옥폭포는 맑은 물빛만큼이나 청량한 물소리가 마음에 쌓인 묵은 생각과 근심을 한꺼번에 씻겨주었다.

폭포 앞 언덕 위에 팔각정자가 늘어진 적송 아래 제법 운치가 있다. 이 팔각정은 1711년(숙종 37년)에 연풍 현감으로 있던 조유수가 청렴했던 자기 삼촌 조상우를 기리기 위해 정자를 짓고 수옥정(漱玉亭)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 그때의 정자는 낡아 없어지고 재건된 팔각정이 아름다운 자태로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다.

폭포 아래로 넓은 바위가 깔려 있어 쉼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일찍이 조선 시대 청운의 꿈을 품고 과거를 보러 오가던 영남의 과객들이 지친 발을 담그고 쉬어 가던 모습을 상상하며 발을 담그니 그 정기가 전이되어 내 안의 결기가 다져진다.

자연경관이 이름이 난 이곳에서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한 장면을 장식했던 수옥정에서 조선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조선 중기 첩의 딸로 태어나 자신의 운명에 맞서 처절하게 살다 간 정난정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린 ‘여인 천하’를 촬영한 곳도 이곳이고, 조선 시대 천민의 신분으로 역모 사건에 일조하는 여자 형사의 역할을 극화한 드라마 ‘다모’의 촬영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드라마가 나를 감동하게 했던 것은 시대는 바뀌어도 자연은 그대로 남아 과거를 소환하고 미래를 기다리는 불멸이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곳의 폭포도 절벽도 푸른 나무도 배우 못지않은 열연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이렇게 명소를 찾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음악 학원을 운영하는 아들은 지난 3월부터 인스타그램에 음악 영상으로 이용자들과 팔로우하며 소통과 나눔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릴스’를 통한 짧은 영상이지만 늘 새로운 모습을 전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옥수정은 선정한 곡을 연주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행운의 장소였다. 선곡한 노래는 Backstreet Boys의 ‘I Want It That Way’이다. 이 곡은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장이 판매된 곡으로 이곳 폭포와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푸른 숲과 절벽에서 낙하는 물과 음악이 어우러져 여름날의 천국이 영상 안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눈으로 보는 풍경을 영상에 다 담을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원하던 영상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영상 작업을 끝내고 수심이 깊지는 않은 폭포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본다. 단원 김홍도가 즐겨 찾았다는 ‘수옥폭포’를 곁에 두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릉도원이 바로 이곳인 듯싶었다. 단원의 ‘모정풍류(茅亭風流)’ 속 배경도 ‘수옥정’과 수옥폭포일 거란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백색소음 아래서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몸을 한껏 들어 올린 고목도 농밀한 수풀도 지저귀는 산새도 모두가 예사롭지가 않다. 수많은 야생화도 이곳에서 존재하는 이유를 전해 온다. 그림 같은 풍경에 기분 좋은 에너지를 채우며 몸을 일으킨다. 내려오는 내내 몸과 마음이 초록빛 향기로 물들어 다시 돌아갈 일상은 싱그러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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