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똑같은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과 정반대의 판단이 내려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의 사실을 놓고 대법원이 서로 다르게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른 판결이 내려진 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검찰의 ‘분리기소’를 원인으로 꼽았다. 검찰은 같은 사건을 두고 뚜렷한 명분 없이 분리기소 했다. 검찰이 이 전 청장을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이유다. 당시 수사 책임자는 서울중앙지검(윤석열 지검장)이었고 한동훈 3차장, 송경호 특수2부장이 수사라인이었다.

여기서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이 전 청장은 검찰 수사를 받기 직전인 2017년 10월 말 갑자기 연민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연민재단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해 논란이 됐던 무속인 건진법사 전모씨가 소속된 한국불교 일광조계종(일광종)과 한몸인 곳이다. 2018년 충주 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서 소 가죽을 벗기는 행사를 벌였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더욱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은 연민재단 이사로 참여한 인물 대부분이 이 전 청장의 지인들로, 설립 출연금만 총 16억 5천여만원에 달한다. 이때 이사로 참여한 인물들은 대부분 이 전 청장의 고향(대구)·학교(영남대)·직장(국세청)으로 얽힌 지인들이다. 재단 설립을 주도한 임모 이사는 서울 역삼세무서장을 지냈고, 감사를 맡은 조모씨도 국세청 고위 관료 출신이다. 임원 박모씨는 전 대형회계법인 대표였는데, 박씨와 조씨 등은 모두 이 전 청장과 ‘대구·영남대’로 묶인다.

이후 이 전 청장은 1~3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청장과 일광사, 건진법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등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면 봐주기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윤 후보는 왜 당시 ‘분리기소’를 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이 전 청장에 대한 부실 봐주기 기소를 해주는 대가로 (건진법사와) 특수 관계인 일광종 일광사 혜우 스님을 재단의 재무 이사로 참여시킴으로써 사실상 17억원 상당의 재단을 이들에게 넘긴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가진다”고 밝혔다.

이 전 청장이 수사를 받는 시점에 갑자기 재단을 설립했다는 사실은 윤 후보와 건진법사가 이 전 청장을 법리적으로 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전 청장이 재단과 건진법사 등을 통해 윤 후보 측에 모종의 거래를 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전씨는 윤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있은 후 종적을 감췄다.

법조계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정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이는 사법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다. 같은 사건을 두고 국세청 관여자들 사건과 국정원 관여자들 사건이 따로 기소되면서 일부 사실인정이 달라진 것이다. 법리적으로 각 사건의 판단이 서로 모순되는 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사법개혁도 절실하지만, 이 전 청장과 윤 후보간에 제기된 ‘봐주기 의혹’도 반드시 밝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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