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된 지 벌써 6개월이 돼 간다. 시범운영을 거쳤지만 여전히 주민들에게는 자치경찰에 대한 인식이 정립되지 않는 모양이다.

충북자치경찰위원회가 도민 1천138명을 대상으로 ‘자치경찰 정책방향 설정과 제도 발전방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2.2%가 “자치경찰제도를 모른다”고 답했다.

이는 나머지 77.8%는 안다는 얘기일 수도 있으나 반년이 되도록 도민 5명 중 1명이 아직도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니 홍보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치경찰은 지방자치 강화와 검·경 수사권 조정 차원에서 국가경찰(수사)과 분리하면서 태동했다. 지방분권 취지에 맞게 국가경찰이 맡고 있던 생활안전, 교통, 경비, 여성·청소년 등의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한 것이다.

지자체장의 권한과 책임 하에 경찰의 민주성·분권성·중립성·자치성을 추구하는 제도다.

자치경찰제 출범 당시 주민들은 현지인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지역 맞춤형 치안망이 구축될 거라는 기대가 컸다.

물론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치경찰제를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현재로선 그 기대치를 충족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여론은 감지된다. 응답자의 71.9%가 자치경찰위원회와 주민간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유로 형식적인 운영(44.4%), 일반주민 참여 어려움(28.4%), 소통창구 접근 어려움(23.5%) 등을 꼽았다.

이 때문인지 자치경찰 정책 수립과 집행, 환류에 주민들의 참여 의향을 묻는 문항에는 85.5%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민생치안에 각계각층의 관심이 많다는 증거다.

자치경찰의 정치 중립 문제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자치경찰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기구가 자치경찰위원회인데 이곳에 벌써부터 잡음이 들린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정당 소속이 아닌 지역주민, 시민사회 인사, 치안 관련 분야의 학식과 경험을 갖춘 인물들로 구성됐다.

이곳에서는 자치경찰의 인사, 예산 등에 관한 주요정책 결정과 민원·경찰관 비위 등에 대한 감사·감찰·징계 요구 등 업무를 전반적으로 감독한다. 그런데 시도지사와 정치적 인연이 있는 사람이 자치경찰위원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내년 선거를 앞두고 줄 서는 경찰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소문이다.

자치경찰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예산 확보와 사무분장의 모호성, 자치단체간 재정 격차 등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그중 시급한 게 재정적 뒷받침이다.

충북자치경찰위원회는 올해 국회에 운영비 지원 예산 386억원을 요청했으나 절반에도 못미치는 130억원만 반영됐다고 한다.

심야 골목길 가로등 설치, 안전시설물 보강 등 민생치안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수반된다. 주민이 체감하는 치안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폭넓은 재정지원이 절실하다.

자치경찰제의 안착은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함께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오직 주민 생활을 중심에 둔 지역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개발 실현하려는 민관 협치가 중요한 때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