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얼마 전 딸아이 방을 정리하다가 서랍 한쪽에서 갖가지 구호가 적혀있는 포스터를 발견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 때 만들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공부 잘하는 학급을 만들겠다’, ‘깨끗한 교실을 만들겠다’며 알록달록한 색종이로 잔뜩 치장된 선거공약이었다.

결국 낙방했지만 온 가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밤늦게까지 포스터를 만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는 매일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접하곤 한다. 특히, 각종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요즘에는 각 정당이나 단체들이 토론회나 정책간담회 등을 개최하며 지역의 미래비전과 핵심 정책을 개발한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정책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일까?

‘정책’의 사전적 의미는 공공목표의 달성이나 공공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부 또는 정치단체가 취하는 활동 방향이라고 정의돼 있다.

충북도를 비롯한 수많은 행정기관들은 앞서 언급한 공공목표 달성 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설계한다.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정책연구기관을 통해 타당성 분석과 논리를 개발한 후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완성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충북은 대표적인 정책연구기관으로 충북연구원이 있다. 충북도정 전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분석과 구체적 대안 제시를 위해 1990년 5월에 설립됐는데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라 한다.

지방자치의 기초를 다졌던 90년대, 밀레니엄 시대를 준비했던 2000년대, 강호축 시대를 펼치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30여년간 2천여건에 달하는 연구활동을 통해 시대별 특성을 반영한 수많은 정책을 제시하며 충북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특히 국가 X축 철도망의 중심 ‘KTX 오송역 유치’,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성장축 ‘강호축의 국가계획 반영’, 세계 최고의 과학도시 기반을 마련해 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 등 그야말로 충북 미래 100년 먹거리를 안착시켜준 굵직굵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숨은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또 정책개발센터 등 10여개의 특별연구조직 운영을 통해 국책사업에 대한 정보 분석과 신규 정책 발굴, 충북의 정체성 확립, 지역균형발전 연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책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7월 도민 모두가 열망했던 청주도심통과 충청권 광역철도가 제4차 국가 철도망 계획에 대안으로 반영되는 희소식이 있었다.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당초 제외됐던 노선을 도민 모두가 똘똘 뭉쳐 다시 한번 시험대 위에 올려놓는 결과였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여기에 더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필연적이기까지 한 대안을 제시하며 이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극대화해준 충북연구원의 숨은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충북연구원 원훈 중에 ‘미래 충북의 설계자’라는 문구가 있다.

지난 30년간 충북연구원에서 제시해 온 수많은 정책들을 기반 삼아 충북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왔듯 앞으로 있을 충북 미래 100년의 밑그림도 그들의 집단지성을 발판 삼아 착실히 설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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