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꿈세상 정철어학원대표

“쾅! 쾅! 쾅!”

이른 새벽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또 사고가 났다’고 하는 생각에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다. 폐업한 공장을 개조하여 단칸방을 여럿 만들어 세를 주었고 내가 그를 관리하고 있었다.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달려가 보니 우려한 대로 세입자의 연탄가스 중독이다.

엊그제 세 들어 이사 온 삼대독자 손자와 할머니다. 대학입시 재수로 공부하러 온 귀한 손자와 뒷바라지하러 온 그의 할머니다. 문을 여니 두 사람 모두 의식불명 상태이고 방안에 악취가 가득하다. 연탄가스 중독에는 흙냄새가 좋다 하여 마당에 엎어 놓았다. 난감하다. 열일곱 살 소년인 내가 감당하기엔 벅차다. 응급구조 119시스템도 없던 시절이다.

병원 응급실 의사 선생님이 빨리 결정을 하라고 재촉이다. 앞이 캄캄하다. 고압산소탱크에 넣어 치료하면 후유증으로 반신불수 또는 정신이상이 올 수 있단다. 그나마 환자를 살릴 가능성이 조금 더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내가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손자는 고압산소탱크에 넣고 상태가 좀 나은 할머니는 그냥 치료하자고 결정했다. 그리곤 그들의 시골집에 사고를 연락했다. 밀려오는 후폭풍 걱정에 벌써 하늘이 무너진다.

내가 소년시절에 겪었던 난관의 일부였다. 그 당시에는, 감당하기 벅찼던 일을 헤치고 나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제 성장하여 그런 일들을 돌이켜 보니, 피하고 싶지만 아프고 힘들기만 했던 일만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반복된 난관은 나를 많이 성장시켰다. 큰일이 터져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대범해졌고 사고력과 판단력이 좋아지고 의사 결정력과 문제해결력도 성장했음을 체감한다. 이런 난관을 경험하지 않고, 학창 시절을 무난히 보낸 학생들과는 깨달음이 확실히 다름을 느낀다.

나는 수십 년을 사교육에 종사하며 많은 학생을 접하고 있다. 이 학생들에게 나의 이런 체득의 깨달음이 꼭 필요함을 확신한다. 그렇다고 그런 난관을 일부러 만들 수는 없다.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과 자녀교육에 접해 있는 부모님의 어려운 과제이다. 그런 체득과 깨달음의 과정을 연구하여 그들에게 선물하여야 한다.

부모님은 세심한 관심으로 자녀를 챙긴다.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일일이 챙기며 해결해 주려 한다. 깊은 사랑의 결과이다. 어떤 부모는 자녀와 친구의 작은 다툼에 달려와 나서기도 하고 자녀의 숙제가 힘들다고 투정이 심해지면 하던 공부를 멈추게 하기도 한다. 어떤 부모는 자녀 스스로 다툼을 이겨내고 갈등을 해결하도록 지켜보고 힘든 공부를 이겨내도록 조금씩 도와주며 이끌어 주기도 한다. 이들에게 어떤 사랑의 방법이 옳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다만 학생을 이끌어 주는 부모님이나 선생님 스스로, 지금 택한 사랑의 방법이 자녀의 성장을 어느 방향으로 지향하게 할 것인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부모의 바람은 틀림없이 ‘자녀가 역량을 키우며 성장하여, 후에 내가 없어도 거친 세상을 지혜롭게 씩씩하게 잘 헤쳐나가는 자녀의 삶’일 것이다.

자녀가 난관으로 힘들고 아파하는 것을 부모가 가만히 지켜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바람에 많이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나무는 뿌리를 깊게 내리려 한다. 학생들에겐 힘들고 아프지만, 좋은 체험 후 학생들이 조금 혹은 많이 성장한다. 흔들린 만큼, 시달린 만큼 자녀에겐 깊고 높은 잠재역량의 체득과 성장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사려 깊은 사랑으로 차분히 더 기다려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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