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얼마 전 청주기록문화 예술창작 지원에 선정이 되어 시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청주시에서 문화도시 조성사업으로 지원하는 취지는 청주시 일대의 유물과 유적, 역사와 문화, 종교와 자연과 환경을 기록하여 청주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것이었다.

선정이 되고 보니 60여년을 청주에 살면서 늘 마주하던 유물과 유적도 많았지만, 무심코 지나친 곳이 많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우선 청주의 유적과 유물을 알아야 했기에 기관을 통해 청주에 관한 서적을 구하고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청주 관련 홍보물 책자를 수집하였다.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청주시의 유물과 유적을 파악하기란 녹록지 않았지만, 청주에 관한 시와 사진을 80여 편의 작품을 싣기로 계획했기에 나름대로 자부심이 컸다. 이 기회에 숨어있는 청주의 관광자원까지 샅샅이 찾아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리움이 피어나는 시간’으로 시집 제목을 정하고 나니 마음이 다소 가벼워졌다. 선조의 유물과 유적을 파악하는 데만 며칠이 흘러갔다. 다음으로 직접 출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행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다니기로 했다.

주중에는 직장 생활로 시간 내기가 어려워 주말에만 출사해야만 했다.

비록 출간될 시집이 전문적인 역사 서적에는 못 미치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호기롭게 시작한 일은 두 달이 지나자 서서히 지쳐만 갔다. 무엇보다 사진에 어울리는 시까지 써야 하니 정신적인 부담이 컸다. 그러나 새로운 장르의 시집을 출간한다는 기대감에 마음은 즐거웠다, 청주의 역사적 배경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지역별 모습을 담으며 시로 표현하다 보니 또 다른 성취감이 생겨났다.

출사하러 다니며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며칠 전에는 백족산에 갔다. 뜨거운 여름날 장승공원에 갔다가 현암사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라 걷다가 끝내 포기하고 대청댐에서 다시 올라야만 했다. 때마침 현암사로 올라가는 레일이 있어 반가워 달려갔지만, 운행하지 않아 시원찮은 다리로 깎아지른 절벽을 올라가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사진과 원고를 퇴고하여 출판사로 보냈다.

이 원고를 본 이승하 시인은 “시로 쓴 청주의 택리지라고 할 수 있을까, 시집의 역사가 이제 10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런 시집은 지금껏 한 권도 없었다. 청주 일대의 유물과 유적, 문화와 종교, 역사와 현재, 동식물과 주산물, 주민들의 삶과 꿈이 오롯이 담겨 있는 타임캡슐을 김 시인이 이제 막 열어 우리에게 보여주었다”라고 했으며, 이혜선 시인은 “청주는 공기도 빛이 나는 고장이다. 김 시인은 천년 청주지방의 문화유산과 대화를 나누며, 먼 시간 선인 先人들이 담아놓은 혼을 만나며 영혼끼리 교류한다. 이러한 혼교魂交를 통해 그 속에서 ‘태양 같은 영원한 빛’을 찾아내어 옛 얼의 숨결을 후손들에게 천년만년 물려주고자 발길을, 혼 길을 멈추지 않았다”라며 과분한 칭찬을 해주셨다.

이제 10월에 중순이면 출간되는 ‘그리움이 피어나는 시간’ 시사(詩寫) 집을 독자와 만나게 된다. 지역에 사는 이들에게는 공감을, 타지에 사는 사람에는 청주를 흥미롭게 알리는 시집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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