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우리의 유교문화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고 장사하는 것을 차별하여 맨 뒤에 놓았다. 그러한 이유인지 기업이나 기업가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OECD 국가에서 가장 낮다. 2012년 유럽 집행위원회(EC) 조사는 한국의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EU 회원국의 평균치(7%),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6~7% 수준과 비교하면 약 2.5배 높고, 미국과 비교하면 약 4배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처럼 기업에 대한 반기업 정서가 크지만, 현실은 사농공상의 서열이 상공사농으로 자리바꿈을 하였고, 대기업이 선호하는 취업분야에 항상 상위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호감도는 높지 않다. 최근 고 이건희 회장이 수집한 명품 2만1천600여 점을 국가에 기증하는 등 유산 26조원 가운데 60%를 유족들이 사회에 환원하였지만, 매스컴이나 정치권 등에서 반응은 시큰둥한 느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는 국가발전과 국가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 경제를 구성하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국가 사회발전에 커다란 장애가 된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반기업 정서에 편승하여 기업에 대한 규제 정책과 입법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반기업적 활동은 국민의 반기업정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반기업정서의 악순환은 기업으로 하여금 사업확장이나 적극적 투자를 위축하게 하고, 국내보다는 해외 공장 건설을 생각하게 하며, 협력적 노사관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팽배하고 있는 반기업 정서는 기업가 개인의 반사회적 행동, 반윤리적 경영 등의 내적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정경유착과 같은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요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부분이 크다. 이외에 국민들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도 반기업가 정서를 조장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자본주의 경제의 경쟁논리를 부정직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생각하고,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를 착취처럼 생각하는 잘못된 기업에 대한 인식은 우리 사회의 반기업가 정서를 불식시키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반기업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은 어려워질 것이다. 기업의 위치가 변화된 것만큼 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기업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지 못하면 국가 사회발전을 기대하지 못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당연한 결과이다. 이를 위해 반기업가 정서를 개인의 정치적 목적과 선거에 활용하고자 조장하는 것을 자제하고 기업인에 대하여 더 엄격하게 규제하고 처벌하는 관행을 극복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기업관 속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창업을 조장하는 것은 그 효과를 반감시킬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기업가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과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돈 버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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