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낚시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장마철이 지나면 집에서 가까운 안동댐을 자주 가곤 했다. 장마철 이후 댐을 가보면 상류에서 떠내려 온 상상도 못할 쓰레기들이 댐의 얕은 곳을 가득 메웠다. 영농 폐비닐, 페트병, 농약병, 폐스티로폼 등등. 아, 물론 썩을 수 있는 나무 밑동도 있었다. 그 나무 밑동은 다음 해에 가보면 크기가 분명 줄어 있다. 하지만 페트병, 농약병 등 인간의 유수한 기술력으로 만든 쓰레기들은 여전히 지난해 그 바위틈 밑에 있었다. 항상 드는 생각은 ‘저거 누가 치우지?’였다.

1347년 유럽에서 흑사병이 처음 발병하면서 2천100만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는 그와 비슷한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나게 됐다. 의학 기술 발달과 마스크 착용으로 흑사병과 같은 비극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일상에서 코로나19의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어느새 사계절을 다시 돌아 봄이 왔다. 알 수 없는 감염을 막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는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손가락 몇 번의 터치로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배달 음식 봉지를 열어보면 일회용품이 음식 보다 더 많다. 배달 음식으로 한 끼 먹으면 쓰레기 봉지는 가득 찬다. 쓰레기봉투가 아까워서라도 최대한 분리배출을 해보지만 음식물이 묻은 일회용기는 재활용도 불가능하다.

1907년 레오 베클랜드는 최초 상업 용도의 폐놀계 수지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그것이 일회용품의 탄생이었겠다. 물론 ‘유수한 기술’ 덕분에 칫솔로 양치질을 하게 됐고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로 만든 값비싼 옷을 입지는 않게 됐다. 우리는 플라스틱을 통해 편리함이라는 혜택을 누려왔고 더 늦기 전에 앞서 얘기한 ‘저거 누가 치우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됐다.

지난해 12월 25일부터 공동주택에서 투명 페트병을 다른 플라스틱과 별도 분리해 배출하는 것이 의무화됐고 이는 오는 12월 25일부터 단독주택으로도 확대된다. 쓰레기를 당장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가 일상에서 편리함을 누리는 대신 쓰레기를 버릴 때는 페트병 분리배출이라는 작은 수고를 해보자.

바닷가의 게가 페트병 뚜껑을 소라 껍데기 대신에 집으로 사용하는 것을 어느 유튜브 채널에서 본 것 같다. 어릴 적 낚시하던 안동댐에 떠다니던 페트병 뚜껑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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