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시스템 설치해 출입증 받아야 가능…“불통 행정의 표본” 비난
한범덕 시장 취임 후 본청에 공유좌석제 운영…그들만의 공간 조성도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사인리 14-1 일원에 7월 개청 예정인 흥덕구청 조감도.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사인리 14-1 일원에 7월 개청 예정인 흥덕구청 조감도.

[충청매일 최재훈 기자]

충북 청주시가 시민들에게 적극 개방해야 되는 공공 청사를 업무 능률 향상이라는 이유를 들어 ‘그들만의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오는 5월 준공되는 흥덕구청사에 ‘스피드게이트’라는 장벽을 만들어 민원인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막기로 하면서 한범덕 청주시장의 ‘시정 방침’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시장은 이미 본청에 공유좌석제를 운영한다며 본청 3층 일부 부서에 대한 민원인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막고 있다.

이에 민원인들은 물론 시청 공무원들 까지도 출입에 불편을 겪으면서 ‘불통 행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신축된 흥덕구청 청사에는 일명 ‘스피드게이트’라는 문턱을 만들기로 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강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청주시에 따르면 흥덕구청사는 흥덕구 강내면 사인리 14-1 일원에 사업비 636억원을 들여 지상 6층 연면적 1만4천947㎡ 규모로 지어진다.

오는 5월 준공 후 집기류 등을 정비하고 사무실 이전작업을 진행해 7월에 개청할 예정이다.

개청에 앞서 청주시는 4억8천만원을 들여 흥덕구청사에 행정공간과 민원공간을 분리하는 청사출입 통제시스템인 스피드게이트 4개소를 구축한다. 민원인들과 담당 공무원이 만나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시민접견실도 구축할 예정이다.

스피드게이트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민원인들은 관련부서 사무실을 방문하려면 출입증을 받아야만 출입할 수 있다.

문제는 민원인들에 대한 접근권리 제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스피드게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타 시도의 경우 담당 공무원의 연락이 닿지 않아 민원인이 출입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민원인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는 문제점은 공유좌석제인 ‘비나채움’ 운영에서도 지적됐던 사안이다.

앞서 지난해 4월부터 청주시는 비나채움을 운영하면서 부서 내 팀별 유대와 협조가 원활하지 않고 담당자 부재시 민원인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런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해 직원들은 우려하고 있지만 또 다시 스피드게이트를 도입하려는 것은 한 시장의 의지가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열린 행정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소통을 막는 폐쇄적인 행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시민 A(42)씨는 “업무를 보기 위해 구청이나 시청을 방문하면 담당자를 만나기가 지금도 힘든 상황인데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더욱 업무처리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시민들의 이용이 더욱 힘들어진다면 누구를 위한 시스템 도입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편리하고 열린 청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개방의 시대에 역행하는 구시대적 발상의 시스템 도입”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 17일 흥덕구 시의원 초청 간담회에서도 대부분의 시의원들은 스피드게이트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재성 청주시의원은 “구청 청사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출입하면서 공무원들과 원활한 대화로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곳”이라며 “오히려 게이트를 만들어 입구부터 출입을 막는다면 시민들은 불편하고 불쾌해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앙청사는 청사방호 등을 위해 스피드게이트를 운영하는게 맞지만 구청의 경우 많은 민원인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스피드게이트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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