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소나무이다. 그래서인지 오래된 사찰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경우가 많다. 건장하고 푸른 소나무가 고풍스러운 건축물 뒤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은 절로 감탄사를 나오게 한다. 하지만 산림 공무원은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을 마냥 감상할 수 없다.

2005년도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가 산불로 전소한 것을 많은 국민이 기억할 것이다. 보물로 지정된 낙산사 동종을 지키기 위해 소방 호스로 동종 전각에 물을 뿌려 봤지만 산불의 강력한 복사열로 전각의 나무가 불타기 시작하고 동종마저 소실되던 모습이 지금도 그려진다.

강원도에는 대형 산불이 빈번하다. 가장 큰 이유는 소나무 단순림(하나의 수종으로 구성된 숲)으로 구성된 산림이 많기 때문이다.

소나무 잎이 겨울에 얼지 않는 이유는 소나무 잎에 부동액의 역할을 하는 일종의 기름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름 성분을 갖고 있는 솔잎은 한 마디로 기름 뭉치라고 보면 된다. 산불의 종류 중에 가장 피해를 많이 주는 것이 수관화(樹冠火)인데, 나무의 잎이 전체적으로 불타는 것을 말한다. 소나무 숲의 파란 솔잎이 이른 봄철 수분이 거의 없어지고 기름 성분만 남아 있을 때 불이 번지면 순식간에 시뻘건 불길에 휩싸이고 새까만 연기를 뿜어내는 산불이 된다.

소실된 낙산사도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던 곳이다. 아름다운 소나무이지만 소나무만으로 숲을 이룬다면 항상 대형 산불의 위험도 수반하게 되는 것이다.

청주시에도 유서 깊은 사찰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사동리에 위치한 안심사(安心寺)이다.

안심사는 신라시대 775년에 창건된 절이다. 대웅전은 보물로 지정돼 있고, 소장하고 있는 괘불(야외 의식 때 나무에 걸어 사용하는 불화)은 국보 297호이다.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사찰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도 울창하다. 역시나 안심사 주변의 나무들도 소나무가 많다. 청주시 산림관리과는 올해 안심사 관계자들과 논의해 산불방지 안전 공간 조성 사업을 실시한다.

사찰과 붙어 있는 소나무 제거는 물론 사찰 주변에 밀집돼 있는 소나무를 부분적으로 잘라내 소나무 간의 이격 공간을 확보해 대형 산불을 방지하고, 소나무 단순림에서 불에 강한 활엽수가 함께 생육하는 혼효림을 조성하는 사업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소나무뿐만 아니라 참나무, 단풍나무 등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도 아름다울 것이다.

잠시 섭섭한 것을 뒤로하고 산불이라는 재난으로부터 사찰을 지키기 위한 사업이라는 것을 시민들이 이해하고 산불에 강한 숲이 조성되도록 함께 가꾸어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