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촉나라의 제갈량은 적은 군사력으로 대국인 위나라와 10년 가까이 전쟁을 이끈 위대한 전략가이다. 하지만 작전이 항상 제갈량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위나라에는 사마의라는 또 다른 전략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갈량은 위나라를 이기기 위해서는 사마의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그가 군대 통솔을 못하도록 위나라 곳곳에 사마의가 반란을 꾀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소문은 즉각 효력이 있었다. 위나라 황제 조예는 사마의를 해임하고 시골로 내쫓았다. 사마의가 물러났다는 소식에 제갈량은 하늘이 돕는다고 판단하고 바로 북벌에 나섰다.

227년, 예순의 노장 조자룡이 이끄는 선봉대가 위나라의 맹장 한덕을 물리치자 촉군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이후 잇달아 위나라 군대를 쳐부수었다. 위나라 조정은 위급했다. 다시 사마의에게 군대를 맡겨야 한다고 신하들은 간언했다. 황제 조예는 어쩔 수 없이 사마의에게 신하를 보내 지난 일을 사과하고 군대 통솔을 맡겼다. 사마의는 다시 위나라에 등판하여 촉나라의 북벌에 맞섰다.

이때 제갈량은 지리적 전략으로 익주를 얻어야 위나라를 정벌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맹달을 포섭하여 촉이 서쪽을 공격하면 맹달이 남쪽을 공격하기로 약조하였다. 하지만 사마의가 이 전략을 미리 간파하여 맹달을 기습하여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이후 사마의는 촉의 요충지인 가정 지역을 빼앗아 제갈량을 크게 한탄하게 만들었다. 그 뒤 두 나라의 전쟁은 지구전이 되면서 제갈량과 사마의는 일진일퇴를 거듭하였다. 제갈량은 수비에 몰두하는 사마의를 끌어내기 위해 온갖 전략을 동원했지만 사마의는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갈량이 호로곡에 군량미를 잔뜩 쌓아 놓았다는 거짓 정보를 흘렸다. 사마의는 군량미를 빼앗으면 촉군은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판단하여 기습작전을 펼쳤다. 며칠 후 사마의는 군대를 이끌고 호로곡으로 들이닥쳤다. 이때 사마의는 두 아들을 동행하고 있었다. 호로곡 안으로 들어가자 과연 군량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건 군량미가 아니라 풀로 덮은 움집들이었다. 그 속에는 마른 장작들이 가득했다. 그 걸 본 사마의는 크게 위급함을 느꼈다. 만일 이런 골짜기에서 적의 화공을 당하면 끝장이 아닌가? 그 순간 계곡 위에서 함성이 터지면서 불화살이 하늘 가득 내려왔다. 곧바로 호로곡은 불길에 휩싸였다. 사마의는 두 아들을 껴안으며 한탄했다. 우리 부자가 이곳에서 죽는구나! 절망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천둥이 치더니 하늘에서 폭우가 내렸다.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불길이 모두 꺼진 것이었다. 그렇게 사마의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이 소식을 들은 제갈량은 땅을 치며 탄식하였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이루는 것은 하늘의 뜻이로구나!”

하늘은 제갈량의 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후 성도로 돌아온 제갈량은 건강이 악화돼 명을 다하고 말았다. 이는 ‘삼국지(三國志)’에 있는 이야기이다.

모사재인성사재천(謀事在人成事在天)이란 일을 계획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일을 이루고 말고는 하늘에 달렸다는 뜻이다. 결과를 바라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이 할 수 있는 바를 다해야 한다. 인연이 그렇고 운명이 그렇고 승패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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