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코로나19 사태로 야외활동이 줄고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파트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데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학원, 헬스장,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으로 ‘집콕 생활’이 일상화된 탓이 크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층간소음 폭로 글이 기사화되며 논란은 더 격화되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일이다. 층간소음은 입주자의 일상생활 속에 발생하는 것이어서 줄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처지에서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층간소음은 이웃 간의 불편함을 넘어 분쟁, 폭력, 살인에 이르기까지 그 양상이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시중에는 시끄러운 윗집에 복수하기 위한 제품이 버젓이 팔릴 정도다.

한국환경공단이 최근 5년간 접수한 층간소음 민원현황에 따르면 △2016년 1만9천495건 △2017년 2만2천849건 △2018년 2만8천231건 △2019년 2만6천257건 △2020년 4만2천250건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전년보다 무려 61%나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층간소음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부분 건물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나 방음시설 미비다. 지난해 4월 감사원이 실시한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결과를 보면 입주예정 아파트 191세대에 대한 층간소음 측정 결과 사전에 인증받은 성능등급보다 실측등급이 하락한 곳이 96%(184세대)를 차지했다. 이 중 114세대는 최소 성능기준에도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공아파트 126세대를 측정한 결과 경략충격음은 81세대(64%), 중략충격음은 108세대(86%)가 사전 인정받은 성능등급보다 실측등급이 낮았다. 여기서도 총 67세대(53%)가 주택건설기준 규정의 최소 성능기준에 미달했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공기준이 마련돼 있으나 건설사들이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아무리 조심해도 층간소음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불법 시공사에 대한 영업정지·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감리자도 업무 책임 위반 시 벌칙을 강화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의 도입만으로는 층간소음 해결에 한계가 있다. 시공 과정에서 건축업자의 고의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층간소음의 차단은 건축업계의 의지에 달려 있다. 건설업체는 그저 짓기 쉬운 방식에, 돈을 조금이라도 덜 들이고 주택을 지으려 한다. 지금과 같은 건축 관행으로는 층간소음을 잡을 수 없다. 아파트를 지을 때부터 층간 간격을 두껍게 하거나, 소음을 줄이는 새로운 건축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층간소음은 민감한 사안이다. 당장 해결책이 나오지도 않는다. 공동주택에 사는 한 피할 수 없다면 이웃 간의 양보와 소통이 필수다. 아울러 정부와 정치권, 건설업계는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한 법, 제도 정비와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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