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호중천지(壺中天地), 술병 속에 또 다른 세상
[김치영의 고전 산책]호중천지(壺中天地), 술병 속에 또 다른 세상
  • 충청매일
  • 승인 2021.01.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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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날이 기승을 부리는 때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혼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전처럼 모여서 생활하다가는 감염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격리하는 것이다. 위험할 때는 무조건 조심하는 것이 생존의 상책이 아니던가!

혼자서 생활하다보면 은근히 갖게 되는 버릇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술을 벗 삼아 지내는 일이다. 현대인들은 이를 혼술이라 부른다. 혼자 저녁을 맞이하는 이들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독특한 행동양식인 것이다. 이는 자신만의 세상을 동경하고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는 고전의 자연주의와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다.

당나라 때 시인 이백은 권력의 횡포와 관리들의 수탈로 힘없는 백성들이 죽어 자빠지는 것을 자주 목격하였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기를 폭력 정권은 전염병보다 더 무섭다고 하였다. 자신 또한 권력에 대항할 수 없기에 이백은 자연에 숨어 살았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이백이 위로를 받은 것은 바로 술이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대부분 술과 관련이 많다. 사람들은 그를 취선옹(醉仙翁)으로 호칭할 정도였다. 이백은 혼자 마시는 술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느 날은 술을 마시면서 마음껏 조정 신하들을 비웃고, 어느 날은 술에 취해 달의 선녀들과 춤에 빠져 지냈다. 술을 마시는 날은 모든 근심을 잊고 지냈다.”

술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혼자서 술을 마시다보면 자신만의 세상을 보게 된다. 그건 바로 술병 속에 또 다른 세상, 바로 신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도교의 우두머리 장도릉은 후계자 선임을 고민하였다. 결국 많은 제자 중에 평소 행실이 성실한 장신을 운태산 도관 주지로 임명하였다. 주지가 된 장신은 이전과 다르게 일에 바삐 쫓겨 수행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장신은 아주 희안한 버릇을 갖게 되었다. 그건 바로 항상 허리에 술병을 차고 다니는 일이었다. 술병을 차면 이상하게 마음이 안심이 되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마음이 불안할 때면 장신은 술병을 들고 이상한 주문을 외웠다. 그러면 술병 속에 광활한 천지가 나타나고 별과 달이 나타나고 정자며 누각이 나타나고 세상에서 보지 못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장신은 언제부터인가 밤이 되면 술병 속에 들어가 잠을 잤다. 이로 인해 도관 사람들은 장신을 가리켜 술병 속의 신선이라 하여 신선호공(神仙壺公)이라 불렀다.

술을 마시면 보통의 사람들은 신세한탄으로 자신만의 위로를 받는다. 하지만 문인들은 술을 매개로 좋은 문학을 남기고 화가는 좋은 작품을 남기고 음악가는 좋은 악곡을 지었다. 어떤 경우는 술을 매개로 아름다운 사랑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술을 매개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는 술에 취해 있을 때 사람의 진솔한 성정이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호중천지(壺中天地)란 술병 속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당나라 때 시인 이백의 시에서 유래하였다. 술은 항상 적당할 때 그만두어야 이로운 것이다. 너무 많이 자신을 위로받다가는 남을 불편하게 하는 독이 된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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