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모든 시민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도둑질을 하면 처벌을 받아 형무소에 가게 되고, 평생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도둑질한 액수에 따라, 반성의 정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처벌수위는 달라지겠지만, 수감 중에 사면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기적이 일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하물며 국민의 선택을 배신하고 나라를 뒤흔들어 천문학적인 부가손실을 입힌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는 일은 심사숙고할 일이다. 전직대통령이 지은 죄의 무게는 상관없이 오직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진행하는 정치적 사면이 반복되고 있다. 잘못된 관행이다.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을 터무니없이 일찍 사면해 아직도 자신의 죄를 반성하지 않는 전전 대통령의 행보를 익히 보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전직대통령 역시 다르지 않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 전 대통령의 사면문제를 대통령께 건의하겠다고 말해 정초부터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차기 여권의 대권주자 중 한 사람으로 전직 대통령의 사면문제는 얼마든지 거론할 수 있다. 하지만 뭐든 때가 있는 법이다. 국민이 촛불혁명으로 끌어내린 박 전 대통령은 아직 형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동안 숱한 비위를 저질러 형을 확정 받았지만 국민 앞에 고개 숙여 반성과 사과를 한 바 없다. 지나치게 오만하고 뻔뻔하다. 두 전 대통령 모두 사면 문제를 거론하기에는 얼토당토않다.

설사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과 선택으로 사면을 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반성과 국민에 대한 사죄가 없는 상황에서 사면은 이루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하더라도 그만큼 국민의 공감을 더욱 필요로 하는 일이다.

오는 14일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상고심 판결이 이뤄진다. 이후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면에 대한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올 것이다. 대통령이 어느 형태로든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국민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고민, 대통령의 짐을 덜어드려야겠다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소통과 절차를 무시한 발언이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에 대해 많은 국민은 아직 두 대통령이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사면이 국민통합에 활용된 사례가 없지는 않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을 사면하고, 노 전 대통령 정무수석을 했던 김중권씨를 비서실장으로 앉혔다. 노사정협의체를 가동해 고통분담을 호소하고 구조조정을 했다. 그 결과 10년 넘게 걸린다는 외환위기 극복을 2년 만에 졸업한 선례가 있다.

하지만 시대가 다르다. 두 전 대통령의 경우 사법기관에 의해 죄를 처벌받았다기보다는 국민의 촛불혁명을 통해 죄를 물은 경우다.

사면이 국난극복과 국민단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맞다. 당사자의 사과가 선행돼야 하며 아직도 분개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을 의식해야 한다. 국민통합을 말하다 또 다른 국론분열을 초래 할 수 있다. 범죄를 용서하는 일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진정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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