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사법적 과오 기록·대통령길 명칭 폐지 등 결정
“즉시 철거해야” VS “명칭 폐지 반대” 등 찬반단체 대립

이시종 충북지사가 3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비대면 브리핑을 열고 청남대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동상 철거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진영기자
이시종 충북지사가 3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비대면 브리핑을 열고 청남대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동상 철거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진영기자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충북도가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을 존치하기로 결정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과오를 적시한 안내판을 세우기로 했다.

충북도의 이같은 결정에 찬반 단체들의 대립도 가열되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3일 도청에서 비대면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철거와 존치의 중간점인 ‘사법적 과오를 적시해 존치’하고, 대통령길 명칭도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청남대 관광자원이면서 충북도 재산인 전직 대통령 동상을 철거하기 위해 법적 근거와 도민 정서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검토했다”며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지사는 “동상 철거의 법적 근거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검토했으나 지자체에서 설치한 청남대 동상은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중앙의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이에 동상 철거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차선책으로 도 조례 제정을 추진했으나 도민 여론이 찬반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도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청남대 동상은 관광 활성화 목적에서 건립된 조형물로 청남대 관광에 생계를 의존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동상 존치 요구도 외면할 수 없었다”며 “결국 철거 법적근거 미비와 동상 철거·존치로 갈려 있는 도민 여론 등 여러 변수를 종합 고려해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5·18학살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이 제시한 방안을 수용하지 못한 이유도 설명했다.

이 지사는 “저작권 문제나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수용하기 어렵지만 죄목을 적는 것과 대통령길 명칭 폐지 요구는 충북도가 적극 수용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적 과오 적시, 동상 위치, 이명박 전 대통령 동상 문제 등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 신중하게 검토해 조속한 시일 내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동상 존치가 ‘5·18민주화운동’을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지사는 “사법적 과오를 적시, 존치하는 것은 ‘아픈 역사를 지우기보다는 아픈 역사를 아프게 기록하는 것도 한편의 역사’라는 인식에서 내려진 고육지책임을 양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동상 철거를 요구하던 5·18 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충북도 발표 직후 성명을 내 “동상 존치 결정을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충북도가 역사정의와 올바른 민주주의를 외치는 우리의 요구를 외면하고 미봉책으로 막으려고 한다”며 “전두환 독재와 잔재를 비호하는 정의롭지 못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살반란자의 동상을 즉시 철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청남대 안 가기 운동을 벌이는 동시에 법적·정치적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동상 철거를 반대하던 보수단체도 대통령길 폐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 “동상과 대통령길 모두 관광자원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대통령길만 폐지하는 것은 동상 철거에 따른 법적 책임만 피하려는 극히 편협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대통령길을 포함한 청남대 관광시설은 현행대로 존치해야 한다”며 “대통령길 폐지는 정치적 개입을 인정하는 동시에 또다시 논란의 불씨를 남기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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