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늙은이를 무슨 일로 찾아왔는고?”

“저희 행수께서 어르신을 모셔오라고 해서 왔습니다.”

“자네들 행수가 누군데 날 오라고 하는고?”

“북진여각에 최풍원이 저희 대행수입니다.”

“최풍원?”

우복술 노인은 정말 모르는 눈치였다.

“아마도 배를 짓는 일로…….”

봉화수가 사선 스무 척을 짓는 일 대문이라며 언지를 주었지만 우갑 노인은 짐작도 못하는 눈치였다.

“배무이야 예전에 했지만 손 놓은 지가 하 오래 돼나서…….”

“그래도 노인장 저희들과 함께 북진으로 가보시지요? 어르신을 꼭 뫼시고 와야 한다고 저희 행수께서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꼭 함께 가셔야 합니다!”

“그것 참 맹랑한 일일세 그려!”

우복술 노인은 쾌히 내키지 않는 눈치였지만 봉화수가 간곡하게 청을 넣자 하는 수 없이 허락을 했다.

봉화수가 나루에 쌓여있는 선재를 심봉수 객주와 뗏목장 백돌이에게 당부하고 육로로 해서 북진으로 도착하니 최풍원은 다른 또 한 명의 노인과 자리를 같이 하고 있었다.

“어르신,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최풍원이 반갑게 우복술 노인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글쎄올시다.”

우복술 노인은 도무지 땅짐도 못하는 표정이었다.

“아주 오래 전 겨울에 제게 발구를 만들어주신 일을 기억 못하시는지요?”

최풍원이 만면에 웃음을 띈 채 다시 물었다.

“발구라…… 아하!”

그제야 우복술 노인도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난 듯했다.

“이제야 아시겠습니까?”

“그럼 그때 그 막무가내가 자네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어르신!”

“거기 가서도 똥배짱을 부렸나 보구먼!”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노인이 두 사람의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아차! 이 정신 좀 봐! 우 목수 어른, 이쪽은 서창에서 온 차대길 어른입니다.”

“아이고, 노인장! 인사 여쭙는 것이 늦어 죄송하구먼유. 지는 영춘 용진에서 온 우복술이라구 헙니다만?”

“그러시우. 내는 서창에서 마차를 만들던 차대길이라 하오만?”

두 노인은 언뜻 보면 정정해서 동년배로도 보였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차대길 노인이 우복술 노인보다 훨씬 위인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실제로도 우복술 노인은 일흔이 다 되었을 터였고, 차대길 노인은 여든을 하고도 서너 해는 더 넘겼을 터였다. 그러니 우복술 노인에게는 차대길 노인이 형님 중에도 맏형님 뻘이었다.

“지가 한참 아래뻘이니 성님이라 불러도 되겄는지유?”

“그러시유!”

두 노인이 손을 마주 잡았다.

“여러모로 살펴보니 돈을 많이 벌었나 봄세. 그래, 무슨 일인가?”

우복술 노인이 북진여각의 규모를 가늠하며 물었다.

“이번에 저희 여각에서 배를 스무 척 지으려고 하는데, 두 어르신들께서 총 책임을 맡아 해주십사 하고 이렇게 오시라 했습니다요.”

최풍원이 두 노인을 부른 연유를 말했다.

“이제 숟가락질도 겨우 하는 늙은이가 뭘 하겠는가? 당치않은 소리!”

“맞구먼! 그런 큰 일은 이제 펄펄한 젊은이들이 해야지, 다 늙어빠진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나서면 과욕이지.”

우복술 노인이 빼자 차대길 노인도 극구 사양을 했다.

“두 어르신들께서 젊은 사람들한테 기술도 전수시켜 주시고 감독도 맡아주시요!”

최풍원이 두 노인에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더 생각을 해보고 결정을 하게! 배가 스무 척이면 매우 큰 일 아닌가? 그런 일을 지 몸 하나 추단하기도 바쁜 늙은이들이 무슨 수로 감당하겠는가?”

“오늘부터 배가 다 지어질 때까진 두 어른은 아무데도 못 가십니다. 저는 어르신 두 분만 믿겠습니다. 얘들아! 두 어르신이 거처하실 편안한 방을 마련하거라!”

최풍원이 떠밀다시피 일을 맡겼다.

“허허-, 그것 참!”

“이전이나 지금이나 막무가내는 변함이 없구먼!”

두 노인이 하는 수 없다는 듯 최풍원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