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사헌부(司憲府). 고려 말기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러 감찰행정을 담당하던 관청으로, 지금의 검찰(엄밀히 따지면 검찰과 감사원의 기능이 더해진 형태) 격으로 여겨진다.

조선시대 성군으로 평가받는 세종은 물론 최악의 폭군으로 비판받은 연산군도 사헌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세종실록에 보면 사헌부가 하루에 15회나 세종의 형인 양녕대군의 비행에 대한 처벌을 요청하자 세종은 “세 번 직언해도 듣지 않으면 사표를 낸다고 했거늘, 당신들도 그만두면 되지 어찌 말이 많은가”라고 거절했다고 한다.

세종도 인간이었으니, 공적인 원칙보다는 사적인 감정인 앞섰기 때문일 터.

연산군도 사헌부가 연산군의 애첩인 장녹수의 부정을 적발했으나, “위를 능멸한 풍습을 선동한다”며 오히려 사헌부 관리들을 처벌했다.

이처럼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며 국가 기강을 바로잡는 일은 그리 순탄치도, 녹록지도 않은 일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공의(公儀)’를 사명으로 하는 책무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신하의 도(道)는 의(義)를 따르는 것이지, 임금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라는 조선시대 홍문관 관리였던 성세명의 말이나, “사헌부 대간들은 국가를 위해, 대신들은 권력을 위해 입을 연다”는 중종시대 사헌부 장령 류숭조의 말이 이를 방증한다.

최근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검찰 내부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엔 누구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관점과 방향이 국민적 동의와 합리적 절차를 수반했다고 볼 수 있는가.

내부로부터의 개혁이 아닌, 위로부터의 개혁의 문제점이다.

개혁은 개혁 주체이자 대상인 내부 구성원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 변화하고 발전하려는 노력이 선행되는 것이 가장 모범적이다. 위로부터의 개혁, 즉 지배계층이 주도하는 개혁은 객관적이고 정의로운 개혁보다는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필요성에 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혁 필요성의 공감대를 앞세워 개혁방안이나 관점을 호도, 사회 구성원들이나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차단하는 도구로 삼는다.

정치적 반대 세력의 성장을 막아 지배계층의 의도와 목적에만 맞추려 한다.

이같은 ‘선택적·의도적 개혁’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개혁 대상 내부의 통렬한 자기반성과 선제적 개혁 노력이 필요하다.

부여된 권력을 정치지향적으로 사용하거나, 사리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악용한 극히 일부 구성원들의 사례를 앞세워 검찰 전체의 부정으로 일반화하고 이를 개혁의 명분으로 삼는 선택적·의도적 개혁에 순응하는 것은 스스로 일반화오류에 동의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동안 문제점을 스스로 지적하고, 개선안을 제시하고 실천해가는 선제적 대응을 통한 ‘내부로부터의 개혁’으로, 의도성을 지닌 ‘위로부터의 개혁’에 맞서 싸워야 한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과 검찰권한의 정의로운 집행이다. 그럼에도 권력에 순응하고 권한의 선택적 집행을 강요하는 압력에 굴복한다면, 검찰 스스로 공의를 포기한 정치지향형 집단임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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