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제외한 9개 시·군, 지정 중단 촉구

“지방정부 간 재정 불균형 심화·갈등 우려”

청주시 “행정수요 급증…적절한 체제 필요”

충북 청주시를 제외한 도내 9개 시·군 단체장들이 6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 대한 특례시 지정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상천 제천시장, 홍성열 증평군수, 김재종 옥천군수. 오진영기자
충북 청주시를 제외한 도내 9개 시·군 단체장들이 6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 대한 특례시 지정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상천 제천시장, 홍성열 증평군수, 김재종 옥천군수. 오진영기자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특례시’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충북 청주시의 특례시 추진에 충북지역 9개 시·군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10월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해당 지자체는 기존 명칭을 그대로 유지하되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사이인 특례시 지위를 얻게 된다.

특례시가 된 지자체는 재정 지원이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재정특례가 논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북지역 중소도시가 청주시의 특례시 추진을 반대하는 이유다. 뜨거운 감자가 된 특례시로 인해 청주시와 다른 시·군이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특례시 추진은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조 철학인 균형발전과 상반된다는 것이 이시종 충북지사와 9개 시·군의 설명이다.

충북시장군수협의회 회장인 홍성열 증평군수와 부회장인 김재종 옥천군수, 사무총장인 이상천 제천시장은 6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 9개 시·군 단체장들이 특례시 지정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청주시가 특례시로 지정되면 재정특례를 받아 나머지 시·군의 재원 감소가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일부 특례시 대상(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가 요구하는 취득세·등록세 징수 이관, 조정교부금 증액 등 재정특례가 이뤄지면 광역자치단체의 재원과 시·군의 조정교부금 감소로 이어진다”며 “특례시와 기타 자치단체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정부 간 심각한 재정 불균형과 지역 간 갈등·분열 조장, 소도시의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지방자치 강화와 균형 발전이라는 특례시 지정 목적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례시 지정의 본 취지는 도시 규모가 큰 만큼 행정적 재량권의 자율성과 독립성의 일부 확대를 통한 지방자치 강화에 있다고 본다”며 “정부와 국회는 재정특례 등에 대한 대책 없이 추진하는 특례시 지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오히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자립 기반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의 시·군을 지원할 수 있는 특례 제도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충북도 역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도내 인구의 53%를 차지하는 청주시가 행·재정적 권한이 확대되면 광역지자체로 중재 역할은 물론 존립 기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은군도 청주시 특례시 지정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결정하는 사안이라 무의미하다고 판단, 이날 반대 성명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결국 특례시 지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재정 격차를 키우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례시로 지정된 대도시에는 취득세, 등록면허세 등의 도세가 이관되는 재정특례가 이뤄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인구 50만명 미만 소도시나 군이 가져가던 몫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같은 지원 확대는 대도시로의 ‘인구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할 것이란 점도 강조하고 있다. 9개 시·군은 특례시 지정이 이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실제 충북은 청주시가 특례시로 자격을 부여받으면 충북도의 역할이 거의 없어질 수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기준 지방세 징수분은 청주가 52.3%, 기타 시·군 모두를 합쳐 47.7%다. 충북 세액의 절반 이상이 청주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청주가 빠진 충북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청주시는 급증하는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행정적 재량권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청주시도 이날 입장문을 내 “특례시 추진은 충북 지역과 운명을 함께 하면서 다른 어느 지역에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춘 선도도시로 역할을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특례시 제도는 인구 50만~100만명 이상의 도시 중 행정수요와 국가균형 발전을 고려해 대도시 행정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청주시는 이를 적극 지지·부응해 나가겠다”고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시는 “현 지방자치제도에서는 대도시나 인구가 훨씬 적은 군이 동일 수준의 행정체제로 운영하고 있다”며 “인구가 많은 대도시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구 85만명의 청주시가 특례시로 지정되면 도시재정비촉진지구 지정 권한과 지방채 발행, 지방연구원의 독자적 설립 등이 가능하다”며 “보다 질높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도내 일부 지자체가 걱정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소통하고 협력하겠다”며 “앞으로도 주민 행정서비스 증진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충북도와 도내 다른 시·군과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특례시 지정이 청주시와 다른 시·군과 갈등 양상으로 번지면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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