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아트센터 주제기획전 ‘개인사회’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우민아트센터는 2020 주제기획으로 ‘개인사회’를 명제로 오는 12월 26일까지 전시한다.

이번 주제는 ‘나’라는 존재 대신 ‘우리(혹은 우리성, we-ness)’라는 실체가 없는 혹은 집단 정체성으로부터 촉발된 자비 없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 자율적이기보다는 타율적인 태도와 같은 부정적 집단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전시는 개인보다 집단적 가치 추구를 우선시하는 주류적 현실 아래 개인의 몸짓과 실패, 개인의 역사, 내면적 현실을 탐색하는 참여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집단 정체성에 의존하지 않고 한 개인으로 존재한다는 의미에 대해 숙고해보기를 제안한다. 김동형, 백승현, 심은정, 정아람, 황민규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를 기획한 조지현 학예실장은 “오늘날 삶의 태도, 관념, 가치관, 제도, 법규범과 같은 획일화된 집단적 가치기준은 개인에게 집단의 규범과 권위에 복종하도록 강요하고 그 기준에부합하지 못하는 개인과 개인의 삶을 재단해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것으로 만든다”며 “전시는 개인보다 집단적 가치 추구를 우선시하는 주류적 현실 아래 개인의 몸짓과 실패, 개인의 역사, 내면적 현실을 탐색하는 참여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집단 정체성에 의존하지 않고 한 개인으로 존재한다는 의미에 대해 재고해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주로 직접 겪은 사건 사고, 혹은 현 상황을 바탕으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결합한 모큐멘터리를 제작해온 황민규는 ‘야생 속으로’에서 지금의 불안한 현실과 겹쳐지는 세기말을 살아가는 개인의 시점을 포착한다. 영상 속 삽입된 내레이션은 구체적 현실이나 사건을 지시하는 듯 하지만 결국 외부적 현실과는 다르게 작동하는 개인의 내면적 현실을 사유한다.

백승현은 거대 사회 속 개인이 마주쳐야 할 허구와 위선을 군중과 제약의 상징들과 대치시켜 설치, 사진, 조각으로 나타낸다. 얼핏 보면 개인은 규율 사회의 억압과 금지를 벗어던진 진정한 자유의 주체로 여겨지나 실상 성과사회라고 일컬어지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자기 스스로 노동하는 노예이자 감독관이고, 희생자인 동시에 가해자라 할 수 있다.

김동형의 ‘위대하거나 빌어먹거나’는 누군가의 삶을 축소시키는 관람객의 무심한 한마디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작가는 지루하고 무용해 보이는 일상적 행위에 패턴화 된 암호들을 숨겨놓으며 해독을 필요로 하면서도 애써 찾아내지 않으면 무의미할 모스부호의 특성을 예술 행위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연결 짓는다.

정아람의 ‘청중’은 한때 ‘행복 열풍’을 선도하며 방송가를 휩쓸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최윤희 강사의 강연을 소재로 속기사의 타이핑 방식과 피아노 치는 행위의 유사성을 매개로 제작된 불협화음의 사운드를 듣고 청중이 박수치는 모습을 포착한 영상 작업이다.

심은정의 ‘우리의 삶과 지난날 기억에 대한 애도의 메시지’는 개인의 역사에 집중해 영상에서 손으로만 등장하는 개인들이 일기장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고 지우개로 지운 다음, 그 가루를 병에 담는 일련의 과정을 연쇄적으로 반복하는 과정을 담는 영상 작업이다.

주제전 ‘개인사회’는 집단적 가치가 개인을 대변하거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자아정체성을 의존해온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어필한다. 과거처럼 집단 속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아닌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강조하는 대변혁의 시기에 집단 정체성으로 대변되는 ‘개인’이 아닌 개인성, 고유성, 개별성을 가진 고유한 주체로서 ‘개인’들의 사회에 대해 숙고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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