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한 사람이 “솥을 좀 빌려 달라”고 하자 상대는 “싫다”고 거절을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반대로 거절한 사람이 “말을 빌려 달라”고 찾아왔다. 그러자 그는 “자네가 솥을 빌려주지 않았는데, 내가 왜 말을 빌려주나”라고 거절을 하였다. 이것은 복수이다.

한편 “솥을 좀 빌려 달라”고 하자 상대는 “싫다”고 거절을 하였다. 그 거절한 사람이 반대로 “말을 빌려 달라”고 찾아왔을 때, 그 사람이 “당신은 솥을 빌려주지 않았지만, 나는 너에게 말을 빌려주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증오이다. 탈무드의 이야기이다.

일반적으로 복수는 같은 것으로 되돌려 준다. 그러나 증오는 단순히 싫어하는 것이 아닌 죽이거나 부수고 싶어하는 심리적 감정으로 분노와 같이 일시적이지 않고 영속적이고 그 강도가 점점 터 커진다. 앞의 이야기에서 처음 사람은 자신이 받은 치욕을 상대에게 인식시켜서 같은 모멸감을 가지게 한다.

맹자는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인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고 있다. 다양한 이데올로기에서는 이러한 악에 대한 증오를 사회적 정의로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를 위한 투쟁을 정당화한다. 노예해방, 성 평등, 절대왕정에 대한 혁명과 같은 사회변혁에는 이 증오의 감정이 있다.

민주주의는 정권 교체로 단순히 복수하거나 증오로 철천지원수를 만드는 정치구조가 아니다. 이를 통하여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하여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학습사회를 요구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없이 복수와 증오가 난무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복수혈전을 보는 듯하다. 조수진 의원의 재산 허위 신고 의혹을 이야기하니 여당 의원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자기보다 더하다고 한다. 여당 국회의원의 부동산 투기를 비난하니 야당 국회의원은 부동산 재벌이라고 한다. 대법원과 사법부에서도 과거 세력과 현 세력의 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는 듯하다. 권력자의 자녀 문제는 끝이 없는 복수혈전이 되고 있고, 자녀의 병역문제는 증오로까지 번져서 코로나 19와 정기국회를 삼키고 있다.

선인들은 남을 비방하면 나에게 재앙이 되고, 자기 자신에게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넘쳐 나는 비방에 의한 복수의 소리는 바빌로니아 율법서에서 말하듯이 “비방하는 자, 비방을 당하는 자, 비방의 말을 듣는 자 모두를 죽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라고 하지만, 복수에 증오가 겹친 정치권의 싸움은 보기에도 민망스런 싸움이다.

스스로 정의를 명목으로 비방하고, 법으로 복수하고, 사회적 증오를 이끌어 정권을 유지하고, 정권을 쟁탈하고자 하는 행태는 증오로 흥한다고 하더라도 의롭지 못하면 그 증오로 멸망하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