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Liquid Death’라는 것이 있다. 단어 그대로 번역하자면 ‘죽음의 물’인데 맥주 캔처럼 일반적인 알루미늄캔 제품으로, 캔 외부에는 화려한 악마의 그림이 프린트돼 있다. 마트의 한편에서 무심코 발견한다면 저 안에는 필시 도수 높은 맥주나 아주 효과가 강한 에너지 드링크 정도가 들어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 것이다.

하나 그 안에 든 것은 생수이다. 말 그대로 순수한 물이다. 선택 가능한 옵션은 탄산수이냐 무탄산수이냐 두 가지뿐. 언뜻 생각해보면 마시는 샘물과 ‘죽음’, ‘악마’라니 이 얼마나 괴이한 조합인가. 그러나 그 의도를 들여다보면 흥미롭다.

EU의 자원 재활용률을 보면 알루미늄캔은 80% 대인 반면에 플라스틱 음료 통은 30% 대에 머무른다. 생수의 플라스틱 통들은 자원 재활용이 그다지 이뤄지지 못하고 고스란히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쓰레기가 되고 만다. 이 업체는 그러한 부분에 주목했다. 플라스틱 통 대신에 알루미늄캔으로 패키지를 만들고, 젊은이들에게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죽음의 물로 포장하고, 패키지에 그려진 악마는 “플라스틱 병을 죽이자!”라며 외친다.

실제로 이 업체는 상당한 주목을 받고 판매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재미’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당위성을 설파하며 ‘이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맙시다’ 등 여러 가지 구호를 외친다. 누가 들어도 맞는 말이며 따라야 할 당위이지만 들어도 쉽게 흘려버리고 만다.

요즘 인터넷상에서 유행처럼 소비되는 밈(meme)으로 ‘Fun, Cool, Sexy’가 있다. 일본 환경성 장관 고이즈미 신지로가 무심히 말한 한 마디가 인터넷상에서 재미있게, 혹은 놀림처럼 소비되고 있는데 흘려버릴만한 현상은 아니라 생각한다. 여러 캠페인·구호·사업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 어떻게 해야 주목도를 높일까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Fun’하고 ‘Cool’하고 ‘Sexy’ 해야 한다. 넘쳐나는 구호 속에서 단 한 번이라도 눈길을 받고 싶다면 말이다.

여담으로, 상기한 Liquid Death 제품의 캐치프레이즈는 ‘Live Hell’이다. 이 역시 세계적 생수 기업인 Evien의 모토인 ‘Live Young’을 재치 있게 뒤집은 것이다. 이 얼마나 유쾌하고 재미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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