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889)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889)
  • 충청매일
  • 승인 2020.09.0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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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빠져나오기 위해 황급하게 부엉이굴 입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얘들아! 목책으로 굴 입구를 봉쇄해라!”

강수가 동몽회원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숲속에 숨어 굴 안 동태를 살피며 때를 기다리고 있던 동몽회원들이 일시에 함성을 지르며 쏟아져 나왔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동몽회원들이 목책을 맞잡고 부엉이굴을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는 목책을 겹겹이 치며 굴 입구를 막고 단단히 방책을 쳤다. 그러나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것이 사람들 본능이었다. 굴에 갇히며 불안감이 고조된 청풍 무뢰배들이 입구를 막은 목책을 밀어버리려고 용을 썼다. 개중에는 목책을 넘으려고 뛰어오르는 놈도 있었다. 목책이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목책을 넘어오거나 목책이 밀려나 굴 입구를 막은 틈이 벌어지면 청풍 무뢰배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면 낭패였다. 수적으로 열세인 북진여각 동몽회원들이 감당해낼 수 없었다.

“야, 목책에 못 붙게 짚단을 던져!”

밀리지 않으려고 목책을 붙들고 용을 쓰던 용강이가 소리쳤다. 용강이의 다급한 소리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몽회원들이 짚단에 불을 붙여 목책 너머로 던졌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짚단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자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불길을 피해 목책에서 떨어지며 안쪽으로 피했다. 계속해서 불붙은 짚단이 굴 안으로 날아갔다. 어둠 때문인지 짚단이 타며 피어오르는 연기 때문인지 굴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부엉이굴 안에 갇힌 녀석들은 ‘독 안의 쥐’ 신세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굴 안에 연기가 가득 차자 매운 연기를 잔뜩 삼킨 무뢰배 놈들이 눈물콧물을 쏟으며 하나둘씩 굴 입구로 나와 널부러졌다. 그런 놈들을 동몽회원들이 하나씩 잡아다가 굴비 엮듯 결박을 했다.

곡물 섬을 들고 메고 강가로 내려가던 녀석들도 부엉이굴 쪽에서 함성 소리가 나자 깜짝 놀라 섬을 내던지고 굴을 향해 올라가려고 했다. 그러나 엉성벼루 숲 양쪽에 숨어있던 동몽회원들이 갑자기 나타나며 앞길을 막아서자 혼비백산하여 배를 대놓은 강가로 줄행랑을 놓았다. 강가에 다다른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도망을 치려고 황급하게 배에 올랐다.

“빨리 노를 저어라!”

“노가 없어유!”

“배에 노가 없다니 그게 뭔 소리냐?”

“이 배에도 노가 없어유!”

배마다에서 노가 없다며 아우성들이었다.

“그럼 삿대라도 써 밀거라!”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배 바닥에 있던 긴 장대를 들어 배를 밀었다. 배가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무엇엔가 걸린 듯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삿대질을 하면 할수록 배들이 서로 엉키며 혼란만 더해졌다. 배는 꼼짝달싹도 하지 않고 이내 한자리에 서버렸다.

“뭐가 잡아당기는지 꼼짝도 않어유!”

“이놈아! 물귀신이라도 있다는 말이냐? 쓸다리 없는 소리 말고 어서 힘차게 밀기나 해라!”

그러나 헤엄과 잠수에 명수인 물개가 밧줄로 배를 서로 묶어두고 닻을 모두 모아 강바닥 바위에다 묶어놓은 터라 아무리 삿대로 밀어도 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때를 맞춰 물개와 동몽회원들이 뱃전 양편에 붙어 정신없이 배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뱃전에 서서 삿대질을 하던 녀석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강물 속으로 떨어졌다. 물에 빠진 녀석들을 물개와 동몽회원들이 물귀신처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물을 먹여 혼을 쏙 빼놓았다.

“증말 물귀신이다! 애들이 물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있어!”

뱃전을 붙들고 있던 청풍도가 무뢰배들도 물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제 동무들을 보며 오금이 저려 배 바닥에 사지가 붙어버렸다. 물속으로 끌려 들어간 놈이나 뱃전을 움켜잡고 있던 놈이나 곤욕을 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찌 보면 차라리 물속으로 끌려 들어간 놈이 뱃전에 있던 놈보다 덜 공포스러웠을런지도 몰랐다. 물속으로 잡혀간 놈은 이내 정신을 잃어버렸지만 뱃전에서 이를 지켜보던 놈들은 맨 정신으로 온갖 두려움에 떨어야 했을 것이다. 북진여각 동몽회원들이 청풍도가 무뢰배들을 잡으려고 뱃전에 올라가도 놈들은 손끝 하나 꼼짝하지 못했다. 놈들은 공포에 질려 손끝만 스쳐도 사지를 벌벌 떨었다. 기진맥진해서 물가로 나온 무뢰배들도 넋이 나가버렸다. 그런 놈들을 잡아다 그저 엮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청풍도가에서 북진임방의 곡물과 특산품을 훔치러 왔던 무뢰배들이 동몽회원들에게 몽땅 붙잡혀 북진여각으로 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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