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887)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887)
  • 충청매일
  • 승인 2020.08.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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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객주님, 대행수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하지 않겠어유?”

장석이가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려! 속히 알려라!”

“비호야! 속히 부엉이굴로 가 청풍도가 놈들 배가 그리로 가고 있다고 알려라!”

장석이의 말에 비호가 어둠을 뚫고 번개처럼 달려 나갔다.

“이놈들, 멋도 모르고 그리로 갔다가 속은 줄 알면 얼마나 허탈할까?”

“그뿐이겠슈! 이번엔 우리 북진여각의 쓴 맛을 톡톡히 볼 거구만유.”

“용코루 걸린 거지. 지놈들이 먼저 불법을 저질렀으니 관아에 고하지도 못하고 김주태 놈 속이 아퍼 데굴데굴 구룰거다!”

김상만 객주와 장석이가 부엉이굴을 향해 멀어져가는 거룻배 꽁무니를 보며 앞으로 벌어질 일에 기대하는 바가 컸다.

북진여각에서는 북진에 최소한의 인력만 남겨두고 모두 부엉이굴과 엉성벼루 주변으로 보냈다. 인력들은 두 패로 나눠 부엉이굴 입구 숲속 부근과 엉성벼루 아래에 숨어 청풍도가 놈들이 탄 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밤중이라 그런지 망월산성 어귀를 휘돌아 흘러내리는 강물이 더욱 세찬 소리를 냈다. 이윽고 어두운 강물을 헤치고 거룻배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냈다. 배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엉성벼루 아래까지 다가와 모래톱에 닻을 던졌다. 그러더니 엉성벼루를 돌아 부엉이굴 쪽으로 떼를 지어 살금살금 올라가고 있었다.

“당장 달려 나가 저놈들을 물귀신 밥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배에서 내려 쥐새끼들처럼 살금거리는 청풍도가 무뢰배들을 숲 속에서 숨어 보고 있던 동몽회원들이 울근불근했다.

“저놈들이 부엉이굴로 들어갈 때까지 우리는 숨소리도 내지 말고 잠자코 있거라! 얼마 뒤면 우리도 저놈들한테 달려들어 혼구멍을 낼 것이다!”

헤엄에 명수인 물개가 동몽회원들에게 차분하게 기다릴 것을 단단히 일렀다.

잠시 후 향하는 척 하다 북진나루로 뒤늦게 엉성벼루에 도착한 배에서도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한 떼가 내렸다. 그놈들 역시 배를 모래톱에 대놓고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앞서간 놈들의 뒤를 따라 부엉이굴 쪽으로 비알을 올라갔다. 엉성벼루 아래 모래톱에는 청풍도가 놈들이 대놓은 빈 배만 남아있을 뿐 놈들은 한 놈도 없었다.

“야들아, 이제 우리도 우리 맡은 일을 할 때다!”

물개가 숨어있던 동몽회원들에게 일렀다.

“비호 성님, 우리는 뭐부터 할까유?”

“한 머리는 배에 있는 모든 노를 몽땅 걷어 숲속에 감춰 두거라. 또 한 머리는 밧줄로 모든 배들을 한데 묶어 두거라!”

비호가 명령을 내리자 동몽회원들이 소리도 없이 은밀하게 배에 올라 노를 빼고 강물로 뛰어들어 밧줄로 여러 배를 서로 결박시켰다. 그리고는 한 머리는 부엉이굴에서 강가로 내려오는 길목에 숨고, 나머지는 물에 떠있는 뱃전 뒤에 몸을 숨겼다.

부엉이굴 입구에서도 동몽회 대방 강수와 힘이 장사인 용강이가 비호 연락을 받고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놈들은 아무런 경계하는 빛도 없이 집 마당을 거닐 듯 부엉이굴 입구로 들어섰다.

“북진은 어떻게 하고 있더냐?”

“우리가 뱃전에 불을 환하게 밝히고 북진나루를 향해 쏜살같이 노를 저어 들어가자 난리가 나더라구! 햇불을 든 놈들이 마구 돌아치는 꼬락서니를 보니 그놈들은 우리가 북진여각을 치는 줄 아는가벼. 우리가 그놈들을 모두 북진여각 쪽으로 몰아넣으려고 한 줄은 까맣게 모르는 눈치더라구.”

“그럼 북진여각에서는 우리가 그리로 가는 줄 찰떡같이 믿고 있겠구먼!”

“여부가 있겠는가? 그놈들은 우리가 그리로 가는 줄 알고 모든 사람들을 그리로 불러들였을 걸!”

“이제나저제나 우리 올 때만 기다리고 있겠구만. 아무리 기다려봐라, 우리가 나타날 때까지. 등신같은 놈들!”

“여기는 아무도 없으니 그저 주어 실기만 하면 되겠구만. 이건 완잔히 콩 줘먹기구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귀중한 특산물들을 숨겨놓고 입초 한 놈 세워두지 않다니 참으로 순진한 놈들일세!”

어둠 속에서 놈들의 희희낙락하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왔다.

“큰코 다칠 줄도 모르고 잘도 주저불대고 있구나. 조금만 더 기다리거라, 곧 본때를 보여줄 테니.”

힘이 장사인 용강이가 강수 옆에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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