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인도의 8월 15일은 우리와 같이 독립기념일이다. 우리가 36년의 일제 지배로부터 독립한 8월 15일을 광복절로 기념하듯이 인도는 1947년 8월 15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날을 기념하고 있다. 인도는 1750년대부터 200년, 1957년 세포이 항쟁을 계기로 영국의 직접 통치를 받은 지 90년이 지나서 독립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다 보니 많은 건축물이 영국 식민시절에 지어졌다.

수도 델리에 있는 대통령궁(Rashtrapati Bhavan)은 식민지 시절 총독 관저로 지어진 것이다. 식민시절 영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지배하였던 지역 영주들의 궁궐도 식민시절에 지어진 것들이 많다. 북인도 죠드뿌르의 바반 팰리스, 사막의 도시 자이살메르 성부터 중부 인도의 아름다운 마이소르 궁전, 남인도 트리밴드럼의 뿌딴 말리카 궁전에 이르기까지 식민지의 산물들이다. 우리의 서울대학교와 같은 위치에 있는 델리대학의 총장 건물부터 단과 대학의 대부분 건물도 식민지 시대의 산물이다.

우리는 식민지 시대의 산물이라고 철거하여 없애는 것을 역사바로세우기처럼 생각하고 있다. 지금의 경복궁 자리에 있었던 중앙청 건물은 사라지고 첨탑만 보관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 복원을 역사 왜곡이라고 하는 주장으로 지역사회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역사바로세우기가 일제의 잔재를 없애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의 일제 역사는 천안 독립기념관에만 존재하고, 6·25의 잔재는 용산의 역사박물관에만 있다.

그러나 인도는 그 건물이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것이라고 파괴하지 않았다. 대신 그 식민지 시대의 건물에는 독립을 위해 싸운 자유투사(Freedom Fighter)들이 역사 함께 있다. 꼴까다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빅토리아 메모리엄의 경우 1층에는 식민지 지배 시절 지배자들의 동상들이 있지만, 2층에는 지역 독립운동가의 발자취가 전시되어 있다. 죠드뿌르의 바반 팰리스도 마찬가지이다. 식민지 유산인 대통령 궁 앞에는 인도인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인디아 게이트가 있다. 인도는 무슬림 지배에서 힌두 지배로 전환되었지만 무슬림의 산물을 파괴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그 역사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역사는 그것이 치욕의 역사건, 애국자나 매국노의 역사건 보존되고, 생활 속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다. 역사를 바로세우고, 청산한다고 역사를 파괴하여 책 속에만 존재하도록 한다면 역사가 없는 민족이 된다.

이번 8·15 기념식을 계기로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파에 대한 파묘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파묘법이 역사를 파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 역사를 파괴하기보다 우리가 친일과 매국을 배척하고 애국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는 없는지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현실의 정치가 과거의 정치인 역사를 파괴하면 우리의 미래는 과거를 반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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