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런 뗏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도사공 상두는 조병삼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어 잠자코 듣기만 하고 있었다. 조병삼이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뗏군들은 서강 주천에 도착할 때가지 일체 개인행동을 하지 말고 우리 통제에 따라야 하오. 가는 길에 집이 가깝다고 다녀오거나 누굴 만났다고 잠시 행렬에서 이탈한다거나 하는 일체의 개인행동을 금하오!”

“군역을 나가도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수인사를 차리는 법인데, 죄 짓고 잡혀가는 죄인도 아니고 뗏일 하러 가면서 잠시 가솔들 안부도 못 알아보게 하는 연유가 뭐유?”

“전장판에 죽으러가는 군사도 집 앞을 지날 때는 집안 우물 맛을 보고 변함이 없으면 마음을 놓고 길을 떠난다는데, 뗏일이 뭐 대단하다구 가솔들 낯짝도 못 쳐다보게 한 대유?”

대부분 뗏꾼들이 동강 언저리에 사는 사람들이라 도도고지산에서 내려가 서강으로 가려면 자기들 집 인근을 지나가게 되어있었다. 그간 여러 날 집을 비웠으니 그래도 명색이 가장인데 식구들 안부가 궁금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니 가는 길에 잠시 들려 가솔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들여다보고 가겠다는데 그걸 안 된다고 하니 뗏꾼들 사이에서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사공과도 이미 끝낸 얘기지만 우리 지시에 안 따르고 제 맘대로 할꺼면 선금으로 받은 공가를 지금 이 자리에서 토해놓고 가도록 하시오!”

조병삼이가 쑥덕거리는 뗏꾼들을 향해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도 뗏꾼들에 관한 모든 일을 도사공 상두와 상의해 결정한 것처럼 뗏꾼들 앞에서 떠들어댔다. 조병삼의 이야기를 들으며 뭔가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도사공 상두는 그 말에 대해 반박을 할 수 없었다.

“토해낼 돈이 어딨어. 벌써 똥 된지 이전이다.”

“그만두고 싶어도 토해낼 돈이 없어 따라가야겄네!”

조병삼의 말에 뗏꾼들이 뭐라 대거리도 못하고 수그리했다.

“그리고 하나 더 못 박아 둘 것이 있소. 공가는 모든 일이 끝났을 대 한꺼번에 금을 쳐서 줄 것이오. 이것도 이미 도사공과 상의된 바요!”

조병삼이가 도사공 상두와 상의하다 결론을 맺지 못한 공가 문제까지 이미 결정된 것처럼 뗏꾼들에게 말했다.

“그건 말도 안 되오! 그럼 우리 그때까지 손가락만 빨고 살란 말이오?”

“그러게. 나 하나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데, 제 때 공가를 주지 않으면 우리 가솔들은 다 굶으라는 얘기여 뭐여!”

“도사공 어른은 우리네 사정을 훤하게 알면서 뭔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했다나.”

공가를 한꺼번에 모았다가준다는 조병삼의 말에 뗏꾼들이 술렁거렸다. 그리고는 도사공 상두까지 싸잡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도사공 상두는 한마디 변명조차 하지 못했다. 조병삼이가 어떻게 나올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가는 미루지 말고 바로바로 주시오!”

“새경도 아니구 공가를 모다주는 법은 없소이다!”

“그럼 우리는 다른 목상들을 찾아보겠소이다!”

“다른 건 하자는 대로 다 해줄 수 있지만, 공가는 그리 할 수 없소!”

공가 문제가 나오자 뗏꾼들도 여기저기서 들고 일어섰다. 그만큼 공가는 뗏꾼들에게 중요한 문제였다. 가솔들이 당장 먹고 살아야하는 문제니 뗏꾼들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제껏 잠자코 눈치만 보던 뗏꾼들도 웅성거리며 들고 일어설 기미였다.

“그건 당신들이 알아서 하시오. 단, 전에 우리가 준 선금은 이 자리에서 당장 내놓고 떠나든지 말든지 하시오!”

조병삼이가 당장 선돈을 내놓으라며 뗏꾼들을 몰아 부쳤다.

“그런 억지가 어디 있소. 받은 선돈이야 집에 두고 왔지 이 산중까지 뭣 하러 가져온단 말이오?”

“집을 가야 돈을 구하든지 나발을 하든지 할 것 아니오? 이 산중에서 당장 돈을 내놓으라면 시집도 안 간 처녀한테 애 뱄다고 억지를 쓰는 것이나 뭐가 다르냔 말이오?”

“처녀가 애를 낳든 말든, 총각이 시집을 가든 말든 그건 당신들 사정이고, 내 말에 따르지 않을 사람은 당장 받은 돈을 토해내란 말이오!”

조병삼이가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렸다. 모두들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궁시렁거리면서도 받은 돈은 있는데 당장 내놓을 돈이 수중에 없으니 조병삼 말에 따르는 수밖에 별수가 없었다. 결국 모든 것이 조병삼 뜻대로 이루어졌다. 모였던 뗏꾼들이 흩어지고 난 다음 홀로 남은 도사공 상두는 조병삼과의 일을 곰곰이 되짚어 봐도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지 도통 떠오르는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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