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럼 공가는 어쩔 것이오?”

“공가는 지난번에 선돈을 미리 준 것으로 알고 있소. 나머지는 일이 모두 끝난 다음에 주겠소!”

“일이 모두 끝난 다음에 준다는 건 무슨 얘기요?”

“서강 일과 동강 일이 모두 마무리되면 주겠다는 얘기요!”

“동강 일까지 끝나면 가을은 돼야할 텐데 그건 곤란하오!”

도사공 상두가 그건 안 되겠다고 했다.

“도사공은 어째서 뭐든지 안 된다는 말만 하시오!”

조병삼이가 눈을 부릅뜨며 핏대를 올렸다.

뗏꾼들의 공가는 한 행보를 할 때마다 주는 것이 통례였다. 남한강 깊은 산골에서 벌채된 뗏목들은 물길을 따라 거개가 한양으로 갔다. 뗏꾼들이 떼를 몰고 영월에서 한양을 갔다 오려면 근 한 달이 걸렸다. 내려갈 때는 물길을 따라 가지만 올라올 때는 걸어서 올라와야하기 때문이었다. 영월에서부터 뗏목을 타고 내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마무를 목상에게 넘기고 목상으로부터 약속된 공가를 받아 돌아오는 것이 이들 사이의 오래된 전례였다. 그런데 조병삼이는 그것을 무시하고 모든 일이 끝난 뒤 한꺼번에 주겠다는 이야기였다. 조병삼이 뜻에 따른다면 여름장마가 끝나고 가을 문턱이나 돼야 뗏목일이 끝나게 되는데 그때까지 뗏꾼들은 아무 수입도 없이 견뎌야 했다. 도사공 상두는 뗏꾼들의 사정을 잘 아는지라 그 조건의 불가함을 토로하는 것이었다.

“그건 생일날 잘 먹으려고 보름 전부터 굶다 생일날 아침 상다리 밑에서 굶어죽는 얘기나 마찬가지요. 지금 당장 먹을 게 급한데 가을까지 어떻게 기다린단 말이오? 그러니 다시 생각을 해주시오!”

도사공 상두가 가을가지 공가를 미루는 것은 도무지 불가하다며 조병삼이 생각을 바꿔주기를 간청했다.

“그럼 선금 받은 공가를 몽땅 게워 놓으시오! 그러면 당신들 마음대로 해도 좋소이다! 나도 그 돈을 받으면 다른 뗏꾼들을 얼마든지 데려올 수 있소, 그렇게 하겠소?”

조병삼이가 뗏군들이 선금으로 받은 공가를 내놓으면 상두 뜻대로 해주겠다며 그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슈!”

“말이 안 되는 건 그쪽도 마찬가지 아니오? 남의 돈을 받아 챙기고 그렇게 배짱을 부리면 그건 무슨 무경우요. 남의 돈을 받았으면 전주 말을 따르는 게 말이 되는 소리 아니오? 당장 선금으로 준 돈을 내놓으시오!”

“…….”

도사공 상두가 어이가 없었지만, 말뜻만 생각하면 조병삼 이야기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 돈을 써 사람을 부리는데 돈을 주고도 자기 마음대로 사람을 쓰지 못한다면 받은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도 당연했다. 문제는 뗏꾼들 중에서 몇이나 받은 선돈을 내놓을 수 있는지 그건 뗏꾼들에게 물어보나마나였다.

“어쩌겠소?”

조병삼이가 닦달했다.

“알겠소이다.”

도사공 상두도 어쩔 수 없이 조병삼의 뜻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일 일찍 산 내려갈 채비를 차려야하니 도사공은 지금 바로 뗏꾼들을 움막 앞으로 모이라 하시오!”

조병삼이가 이젠 사뭇 명령조였다.

도도고지산 막골에서 여러 날 갇혀 지냈던 뗏꾼들은 산을 내려간다는 말에 모두들 들떠 움막 앞 공터로 모여들었다.

“우리는 내일 여기를 떠나 서강 주천으로 갈 것이오. 그리 알고 모두들 채비를 차려놓으시오!”

조병삼이가 공터에 모인 뗏꾼들에게 말했다.

“동강이 아니라 웬 서강이오?”

모여 앉은 사람들 사이에서 뗏꾼 하나가 금시초문이라며 조병삼에게 물었다.

“당초 계획과 조금 바뀌었소. 서강에 먼저 처리할 일이 생겨 그리로 갈 것이오. 그리고 그건 여기 도사공과 사전에 모두 상의를 한 다음 결정한 것이오! 그러니 군소리 말고 시키는 대로 하시오.”

조병삼이가 도사공 상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

“도사공 어른은 어째 그런 일을 우리에게는 입도 뻥끗 하지 않고 결정을 했단 말인가?”

“도사공이 여간 잘 알아서 결정을 했겠는가. 도사공이 그리 했다면 우린 그저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돼지, 뭔 걱정인가?”

“그려! 언제 도사공이 우리한테 해되는 일 한 것 보았는가?”

도사공과 상의한 후 결정된 일이라는 조병삼의 말에 뗏꾼들은 모두 수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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