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런데 그놈이 지가 하던 말끝에 지들 윗대가리들끼리 속닥거리는 말을 들었다며 그 얘기를 나한테 전하는 거유.”

“윗대가리들이 뭐라 했는데?”

“그놈들이, 이번에 서강 뗏목 일이 끝나면 아이들 다 해산시키고 알아서 영월 땅을 뜨라고 청풍도가에서 그랬다는구먼유.”

“그게 무슨 말이냐?”

도사공 상두는 남출이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도도고지산 막골에서 뗏꾼들을 감시하고 있던 무뢰배들이나 어제 조병삼과 함께 온 무뢰배들은 모두 청풍도가에서 부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일이 끝나면 다시 청풍도가로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영월에서 해산시키고 각자 알아서 행동하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서강 뗏일을 끝내고 모두 해산한다니 그럼 동강 뗏일은 하지 않는다는 말인지 남출이 이야기만 듣고 보면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지도 더는 들은 게 없습니다요.”

남출이가 더 알아내는 이야기가 있으면 오겠다며 가버렸다. 남출이가 사라지고 난 다음 청풍도가 무뢰배들의 움막에서 도사공 상두에게 상의할 일이 있다며 연락이 왔다.

“나는 조병삼이오. 도사공과 할 말이 있어 이렇게 불렀소!”

조병삼은 자기보다 한참은 연배인 도사공 상두에게 존칭은커녕 하대를 하며 건방을 떨었다. 장사꾼이나 뗏꾼이나 상놈인 처지는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나이가 더 많은 사람에게 공대를 하는 것은 도리였다.

“무슨 일로 부르셨소이까?”

도사공 상두가 용건을 물었다.

“도사공이 뗏꾼들 왕초라 해서 불렀소. 내일 일찍 모든 뗏꾼들을 데리고 서강 주천으로 갈 것이오. 그래서 도사공에게 할 얘기가 있소!”

“동강이 아니라 서강으로 간다는 건 무슨 얘기요? 나와 약조한 것은 동강 떼를 모는 일이었소이다. 그리고 그건 청풍도가 김주태와 직접 약조한 것이외다.”

도사공 상두가 모른 척 시치미를 떼며 처음 약속과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첨에는 그랬지만 일이 좀 바뀌었소. 서강으로 먼저 갈 것이고 동강은 나중에 할 것이오. 그리고 김주태 어른과 약조했던 것은 나와 다시 얘기를 해야 할 것이오!”

“다시 얘기를 해야 한다니, 그럼 계약을 다시 한다는 얘기요?”

“그렇소!”

“그건 위반이오! 난, 그렇게 할 수 없소! 그리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소. 우리 뗏꾼들과 다시 상의해봐야 할 것 같소!”

도사공 상두가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우리 어르신과 할 때도 그리 하지 않았소? 그리고 뗏꾼들은 당신이 일일이 모은 것 아니오?”

조병삼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대 김주태와 있었던 일을 들이댔다.

“그렇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오. 그때는 일을 처음 시작할 때니 그리했지만, 이제는 모든 계약조건이 정해져 우리 뗏꾼들도 그리 알고 있는데 어떻게 바뀔 줄도 모르는 계약을 내 마음대로 한단 말이오? 난 그리할 수 없소! 내가 데리고 온 뗏꾼들 이야기도 들어보아 하오!”

도사공 상두가 강하게 버텼다.

“뗏꾼들 의견을 일일이 들어보고 할 그럴 시간도 없소이다. 지금 당장 이 자리서 결정해야만 하오! 내일 아침에는 당장 여기를 떠나야 하오. 정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나도 우리가 작정한대로 밀고 나가겠소이다!”

조병삼도 물러서지 않았다.

“작정한대로라니?”

“우리가 강압적으로 끌고 가자는 대로 가면 뗏꾼들 지들이 어쩔 것이오? 어쩌겠소?”

조병삼이 위협조로 말했다.

“좋소이다. 그럼 새로운 계약조건을 말해보시오!”

도사공 상두가 만일의 경우 불상사라도 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한 발 물러서며 조병삼의 계약조건을 들어보자고 했다.

“우선 먼저 동강 뗏목을 모두 옮기고 난 후, 그 다음 동강 데는 다시 상의합시다.”

“그건 안 될 말이오! 처음 약조는 동강 떼를 옮기고 나서도 일 년 내내 우리 뗏꾼들 일거리를 해주겠다는 것이었소! 그것 때문에 우리 뗏꾼들이 다른 목상들 일을 모두 마다하고 청풍도가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있는 것 아니오?”

“지금부터는 나와 다시 해야 하오. 그러니 전 이야기는 하지 마시오!”

조병삼은 아예 강압적으로 나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