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거기 움막에서 별다른 동태는 없답디까?”

봉화수가 길잡이 호상이에게 물었다.

“상두 아재 얘기가 특별한 건 없다 그러드라구유. 그런데 할일도 없이 자신들을 가둬놓고 차일피일 시간을 죽이고 있는 것에 대해 뗏꾼들 사이에서 점점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구 그러드만유.”

“우리한테는 좋은 소식 아닌가?”

성두봉 객주였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가지고는 안됩니다. 어떻게 하든 청풍도가 무뢰배들과 뗏목꾼들 사이에 반목이 일어나 서로 견원지간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뾰족한 방도가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상두 아재가 뗏꾼들을 잘 다독거리고 있기는 한데, 뗏꾼들 사이에 남출이 같은 놈이 또 섞여있을 지도 모를 일이라 함부로 그놈들 말을 하고 다닐 수 없다고 하드만유.”

봉화가수가 답답해하자 호상이가 위로한답시고 막골 이야기를 했지만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참, 남출이는 잘 협조를 하고 있답디까?”

봉화수가 막골 무뢰배들에게 붙어 뗏꾼들 동태를 고자질하던 남출이를 물어보았다.

“아직까지는 입을 다물고 상두 아재 일을 잘 돕고 있는가보래유. 받은 돈도 있고, 아직 받아야할 돈이 있으니 지가 돈 욕심이 나서라두 어찌할 도리가 없을 거래유!”

호상이가 돈 때문이라도 입을 열지 못할 것이라 단정했다.

“남출이 같은 놈은 믿지 마라! 그런 놈은 조건만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놈이다. 우리가 평생 그 놈을 봐왔는데, 그런 놈을 믿느니 봉노집 들병이 정절 지키라는 게 더 쉬울 거다!”

성두봉 객주가 호상이 이야기를 듣고 코웃음을 쳤다.

“우리는 남출이가 우리 일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그뿐입니다. 그러니 그놈이 우리 일에 걸림돌이 되기 전에 방지를 해야 합니다!”

“그거야 상두 아제가 알아서 잘 하고 있을거래유.”

“그나저나 청풍도가에서 무뢰배들이 떼거리로 올라오고 있다는데 뭣 때문에 그러는 걸까?”

성두봉 객주는 아까 봉화수가 한 이야기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거야 뻔한 일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우리 여각에서 우갑노인과 짜고 김주태에게 미끼를 던지고 계약을 했습니다.”

“무슨 계약을?”

“서강 주천 강가에 통나무 오만 주가 쌓여있는데, 뗏꾼들이 없어 그걸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옮겨주면 통나무 반을 넘겨주겠다고 약조를 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약조를 지키지 못하면 오만 주 통나무의 배를 물어주기로 수결까지 받아놓았습니다.”

“동강도 그만한 물량이 쉽지 않은 일이고, 그만한 물량이면 이쪽에도 소문이 났을 터인데 그런 얘기는 금시초문이고, 또 이 시기에 어떻게 서강에서 그렇게 많은 나무를 확보했단 말인가? 정말인가?”

성두봉 객주는 미끼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실은 통나무는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계약을 했단 말이오? 그런 큰 물량을 계약하며 와서 현물도 확인하지 않는단 말이오?”

성두봉 객주는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조무래기 장사꾼들이냐 일일이 현물 확인을 하며 거래를 하지만 큰 거상들은 그 많은 물량을 어떻게 다 확인을 하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만한 물량이면 얼마나 큰 거금인데 보지도 않고 덥석 계약부터 한단 말인가?”

“욕심이 화를 부르는 거지요. 거상들 거래도 그렇지만, 김주태 그놈 눈앞에 놓인 돈 자루에 눈이 해까닥 뒤집힌 거지요. 그리고 지가 뗏목꾼들 모가지에 올가미를 씌워 관리하고 있으니 뗏목운반은 자신만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던 거겠지요. 하지만 이번에 제대로 큰코다치게 될 것입니다!”

“그럼, 지금 올라오고 있는 무뢰배들은 뗏목꾼들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어 자신들 마음대로 부려먹으려고 하는 거겠구먼!”

성두봉 객주도 이제야 돌아가는 판세를 언뜻 이해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우린 지금부터 어떻게든 뗏목꾼들 불만을 고조시키고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 청풍도가 김주태 뜻대로 움직이지 않도록 일을 꾸며야 합니다.”

“저기 깊은 산속에 갇혀있으니 여기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성두봉 객주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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