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죄송합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지가 어른을 가르쳤습니다요!”

“올챙이도 올챙이 나름이지! 이젠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큰 개구리가 되었는데, 올챙이 때 생각하고 마구 대했다가는 큰일 나지!”

“어르신 주제 넘어 죄송합니다요!”

최풍원이 우갑 노인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북진여각에서 청풍도가로 흘러들어가는 물산을 막기 위해 주도했던 각 지역의 임방 확장 공사도 마무리되었다. 예전 임방에 비하면 확장된 임방은 규모면에서나 번듯함에서나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커졌다. 서창에서 제작된 수레도 북진으로 옮겨져 여각 앞마당에 열을 지어 서 있었다. 이제는 북진여각의 임방 조직도 다시 구성했다. 북진여각을 중심으로 영월·영춘·단양을 묶어 강 상류지역으로, 제천·매포·장회를 묶어 중부지역으로, 덕산·수산을 묶어 내륙 산간지역으로, 양평·서창·황강을 묶어 강 하류지역으로 분할해 통문을 띄웠다. 그리고 북진여각의 회원임을 증명하는 험표를 발행해 객주들과 보부상들에게 지급하고 항상 지니고 다닐 것을 엄명했다. 험표는 회원 상호간에 협력을 도모하고 혹여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사전에 막기 위한 일종의 신분증명서였다. 회원들은 이 험표만 제시하면 북진임방에서 관할하는 상권 안에서는 자유롭게 장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고 객주집이나 수집소, 온갖 운송수단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최풍원은 지금까지 북진에 모여 합숙을 하며 조련을 해오던 동몽회 회원들을 각 지역으로 파견했다. 이들에게는 내륙 깊숙이까지 들어가 보부상들이 수집소에 모아놓은 물산들을 가장 가까운 나루터의 수집소로 옮기는 임무가 주어졌다. 아울러 각 지역에 북진임방 소속 객주들의 물건들도 함께 옮겼다. 그리고 이들에게 맡겨진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상거래 와중에서 일어날 수 있는 타지역 상인들이나 무뢰배들과의 마찰이 일어날 경우 북진임방의 회원들을 보호하는 일이었다. 북진임방이 청풍도가에 맞설 수 있는 준비는 끝낸 셈이었다. 이제 하나하나 실행에 옮길 일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대행수, 청풍도가 창고에 쌓여있는 물건도 있을 게 아니냐? 그건 어떻게 할 요량인가?”

장석이었다. 이제껏 최풍원과 함께 장사를 해온 장석이도 이제는 장사꾼들의 동향과 돌아가는 일머리를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네!”

“동몽회 애들을 풀어 염탐을 해보자!”

동몽회원들이 염탐해 온 내용으로는 청풍도가의 창고에도 재고물량이 상당량 쌓여있다는 것이었다. 청풍도가 회원들은 평생 장사를 해온 능구렁이들이었다. 그들에게는 이제껏 장사를 해오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었다. 산전수전을 모두 겪어온 그들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비를 게을리 할 리 없었다. 그들은 올해 생산되는 햇것과 재고 물량을 합쳐 공납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관아에 공납하는 물건은 질 여부에 상관없이 수효만 맞추면 되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지만 관아 아전들과 청풍도가 상인들 사이에는 암약이 맺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암약의 이면에는 물론 돈이 있었다.

“청풍도가 창고에 물산들이 가득하다는 데 이를 없앨 방도가 없을까요?”

최풍원이 우갑노인에게 물었다.

“너무 서둘지 말고 잠시 여유를 갖고 생각 좀 해보자꾸나.”

“무슨 생각을요?”

“몰이를 하되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해야 저들도 경계를 하지 않을 게 아닌가? 사방에서 갑자기 물류가 끊어지면 저들도 긴장을 하고 몸을 움츠리지 않겠나?”

“그렇겠군요.”

“도거리는 시작하되 일단 내가 먼저 청풍도가 일을 마무리하거든 임방 객주들도 일시에 행동을 개시하도록 일러놓게!”

“알겠습니다요.”

“청풍도가 창고 물산은 내가 나서 보겠네. 그리고 자네는 충주 윤왕구 어르신께 연통을 넣어 대선 한 척을 청풍 읍리나루에 정박시켜 달라고 하게.”

우갑 노인은 청풍도가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동몽회원 서넛을 데리고 강을 건너갔다. 동몽회원들이 짊어진 바랑 속에는 엽전이 잔뜩 들어 있었다.

“난 충주에서 온 우갑이라 하오. 내 듣자하니 당신들 도가에는 물량이 상당량 있다고 해서 왔소!”

“그건 안되우!”

청풍도가 김주태가 잘라 말했다.

“그러지 말고 내 사정 좀 들어 보시우. 내가 충주관아에 사흘 뒤까지 공납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큰 곤욕을 치르게 생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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