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건 처리·69명 검거…충북 12개 경찰서 중 ‘최고 실적’
李 서장 “사전 차단 아쉬움 커”…TF팀 구성 등 예방 전력

[충청매일 진재석 기자]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가뜩이나 힘든 서민 심리를 악용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9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말까지 도내에서는 397건의 보이스피싱범죄가 접수돼 83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 기간 검거인원만 493명에 달했다.

이 중 청주흥덕경찰서가 처리한 사건 건수는 62건(검거인원 69명)으로, 올해 도내 12개 경찰서 중 검거건수·검거인원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이상수 충북 청주흥덕경찰서장(56·사진)이 지난 1월 취임한 뒤, 보이스피싱 범죄 척결을 당면과제 1순위로 밀어붙인 결과다.

그러나 이 서장에게는 높은 검거 실적에 따른 만족감보다 범죄를 미연에 예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욱 크다.

이날 이 서장은 “많은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 사범을 잡았다는 뿌듯함보다 범죄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생각이 더 크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경찰이 힘들게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잡아도 범죄로 발생한 금전피해의 회복만큼은 도와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한 편의점에서 50대 수거책이 현행범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피해자 A씨(60대)는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주겠다는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1천500만원을 수거책에게 전달했다.

범죄를 의심한 가족은 즉시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빠르게 현장에 도착하면서 A씨는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A씨처럼 피해를 막은 사례는 실제로 극히 드물다.

또 보이스피싱 피해는 한 번 당하면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하다.

실제 피해 회복 비율이 극히 낮다는 점에서 경찰의 검거활동도 중요하지만 범죄를 막는 예방·홍보 활동이 더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 이 서장의 생각이다.

그는 “현재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범죄조직의 또 다른 범행을 막기 위한 검거 활동이 전부”라며 “범죄피해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을 보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가족을 납치했으니 돈을 보내라’라고 하는 고전적인 수법으로 시작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최근에는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신종 수법까지 등장하는 날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교묘해지고 있다”며 “이같은 성격에 20대부터 80대까지 모든 연령층이 속아 넘어가기 쉬운 상황이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범죄자를 잡아 추가 범행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도민에게 필요한 것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과 변화하는 수법에 대한 안내·홍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배경에 흥덕경찰서는 보이스피싱 TF팀을 구성해 피해 예방에 전력을 기울인다.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공모전을 통해 다양한 홍보 방안을 수집하고, 다양한 홍보물을 제작·배포해 범죄 수법을 도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또 도내 일부 시내버스 외관에 홍보문구를 삽입해 대민홍보와 더불어 도내 금융기관 종사자들과 함께 ‘보이스피싱 FTX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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