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대방, 여기 이렇게 숨어 염탐만 하다가는 저놈들한테 뭘 알아내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호랭이 잡혀 가것슈.”

“호랭이 물려가기 전에 복장 터져 죽겄다.”

그래도 녀석들은 툴툴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속이 터지는 게다. 그렇게라도 해야 답답함이 좀은 해소될 것이라 강수는 내버려두었다.

“형씨가 도사공을 잘 안다니까 그를 여까지만 데려온다면 모든 걸 알아낼 수 있을 터인데 무슨 방법이 없겠소?”

강수가 툴툴거리는 녀석들을 외면하며 길잡이에게 물었다.

“저 안에 있는 걸 낸들 뭔 방법이 있겄드래유. 하지만 여기만 온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입을 열게 할 자신이 있구만유.”

길잡이 역시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 없었다.

“그 도사공을 잡아오면 어떻겠슈?”

툴툴거리던 동몽회 녀석 중에서 누군가 말했다.

“움막 안에 있는 사람을 어째 잡아온단 말이냐?”

“사람이 두더쥐도 아니고 우째 움막 안에만 있을 수 있겠슈. 똥을 싸든 오줌을 싸든, 뭐라도 싸려면 언젠가는 밖으로 나오지 않겠슈. 그때 잡아채오면 되지 않겠슈?”

“말대로만 된다면 어려울 게 뭐 있겠드래유?”

“길잡이 형씨는 내일 날이 밝으면 우리와 함께 움막 가까이 접근해 도사공 얼굴이나 알려 주시오. 그러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소이다.”

“놈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만약 발각되면 너희들은 이리로 오지 말고 반대쪽 입구 쪽으로 튀어야 한다!”

“그럴 일 없으니 대방은 걱정 붙들어 매고 기다리슈!”

녀석들은 자신만만해했다.

여름으로 들어서기는 했지만 깊은 산속은 몹시 추웠다. 더구나 새벽녘은 뼛속까지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모두들 추위를 견디느라 웅크린 모습이 동굴 천정에 매달린 박쥐같았다.

“여보, 형씨! 도사공은 어떤 사람이오?”

강수 역시 고슴도치처럼 잔뜩 웅크린 채 길잡이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라면 뭘 말하는 거드래유?”

“동네에서 인심 잃고 살지는 않은가 해서 물어보는 거요.”

강수는 움막에서 떼쟁이들이 하던 말이 떠올라서 묻는 말이었다.

“그 아제 욕심이 많기는 하지만 공으로 남의 것을 탐내거나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래유.”

“하기야 소금 먹은 놈이 물 킨다고 남의 것 탐내는 놈도 해본 놈이나 하는 것이 아니겠소?.”

“우리 일가 중에는 젤루 자수성가한 사람이래유. 그리고 굳기가 어지간한 사람은 뒤꿈치도 못 따라 갈거래유. 그 아제는 뗏목 타구 큰나루까지 갔다가도 공가를 받아가지고는 탁주 한 사발 축이지 않고 그길로 밤 다퉈 돌아오는 이래유. 그렇게 모은 돈으로 땅마지기를 마련해 택택해도 혼자만 호의호식하는 이가 아니유. 우리 일가 중에도 그 땅을 부치는 덕에 끼니 걱정 던 사람이 많드래유. 몰르긴 몰라도 마을에서 음으로 양으로 덕본 사람이 숫하드래유. 영월에서 그 아제 욕할 사람은 별반 없을 걸유.”

길잡이가 도사공 상두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것은 강수가 움막에서 뗏꾼들에게 들은 이야기와도 상통하는 부분이었다. 상두는 주변사람들에게 인심을 잃은 고약한 사람은 아닌 것이 분명해보였다. 상두를 붙잡아오려면 한층 더 조심해야할 듯 했다. 평소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며 욕을 얻어먹고 사는 사람이라도 눈앞에서 자기 마을사람이 잡혀가면 달려들어 구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만약 도사공 상두가 위험해 보인다면 뗏꾼들이 떼로 달려 들것이었다. 동몽회 입장에서는 청풍도가 무뢰배들과 뗏꾼들 모두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쥐도 새도 모르게 해치워야 할 일이었다. 날이 새려는가보다. 하늘이 푸르둥둥해지며 점차 어둠이 걷히고 있었다.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강수가 길라잡이와 함께 도사공 상두를 잡으러 가는 동몽회원들에게 당부했다.

“대방은 걱정 말고 여기서 기다리고 계슈! 우리가 귀신도 모르게 잡아올 테니 어떻게 하면 입을 열게 할 것인지 그거나 궁리하고 계슈!”

동몽회 녀석들은 천렵이라도 가는 것처럼 들떠 말했다.

“매사 살펴서 절대 들키는 일 없도록 해야 한다!”

강수가 또다시 부탁했다.

“걱정도 팔자셔!”

동몽회 녀석들이 움막을 향해 숲 사이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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