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823)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823)
  • 충청매일
  • 승인 2020.05.31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매일] 해거름이 되자 움막 주변을 경계하던 청풍도가 놈들의 분위기가 느슨해졌다. 숫자도 줄어들었지만 움직임이 낮보다는 허술해졌다. 그런데도 낮이나 해거름이 된 지금에도 변하지 않은 것은 놈들이 움막 바깥보다는 안쪽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놈들은 움막 주변을 돌다가도 수시로 움막 안쪽을 유심히 살폈다.

“형씨, 좀 이상하지 않소?”

“왜 그러드래유?”

“우리가 이제껏 지켜봤지만 뗏꾼들은 안 보이고 저 놈들만 보이잖소?”

“그러게요.”

“그러니까 저 놈들은 바깥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안쪽을 경계하고 있는 게 틀림없소! 뗏꾼들을 저 움막에 가둬놓고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감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오!”

“그러고 보니 여적지 뗏꾼들 돌아댕기는 것을 한 번도 못 봤네요. 나와 돌아댕기면 혹간 우리동네 아제들 얼굴도 보였을 텐데…….그런데 뭣 때문에 지들이 데리고 간 뗏꾼들을 감시한단 말이드래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길잡이는 강수의 말을 반신반의하는 투였다.

“이제부터 우리가 그걸 알아내야지요!”

강수는 분명 무슨 음모가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막골로 들어와 반나절이 넘도록 전혀 뗏꾼들 얼굴이 보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성두봉 객주는 영월은 물론 동강 일대 뗏군들을 모두 불러 모아 수십 명이 도도고지산 산판으로 들어갔다고 분명 말했었다. 그런데 산판이 벌어졌다는 막골로 들어와 보니 뗏꾼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청풍도가 놈들만 떼를 지어 움막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사지 멀쩡한 뗏꾼들이 벌건 대낮에 바깥출입하는 것을 볼 수 없다면 갇혀있는 것이 분명하고, 가둬놓은 말 못할 연유가 있을 것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길잡이나 화전을 일구던 농군의 말로는 산판을 하려면 도도고지산 너머 귤안 쪽이 유리하지 막골이 있는 가수리 쪽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리로 뗏꾼들을 끌고 들어온 사정이 분명 있을 터였다. 강수는 그 연유가 궁금했다. 그러나 섣불리 행동할 형편도 아니었다. 지금으로서는 우선 밤이 되기만을 기다려볼 뿐 다른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달은 떠오르고 있었지만 강수 일행이 숨어있는 숲속은 수목이 첩첩해서 빛 한 점 비집고 들어올 틈바구니가 없었다. 숲속은 옆에 앉은 놈이 누가 누군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캄캄했다. 막골 숲 속 여기저기서 짐승들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지가 움막으로 숨어들어 우리동네 아제들을 찾아보드래유?”

숲속에 숨어 마냥 기회만 엿보고 있는 것이 답답했는지 길잡이가 제안을 했다.

“대방, 길잡이를 들여보내 봅시다요.”

“이러다 여기서 호랭이 밥되기 십상이겠슈.

동몽회 녀석들도 잠자코 있는 것이 열불 터지는지 길잡이 말대로 하자며, 강수를 몰아붙였다.

“그러다 일이 틀어지면 모든 게 허사다.”

“허사될 게 뭐유. 들키면 튀면 되지!”

“튀어서 끝날 단순한 문제면 이리 제고 있겠냐? 만약 잘못되어 북진여각에서 온 것이 들통 나면 모든 일이 한꺼번에 무너진다. 그러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다 초 되겠슈!”

동몽회 녀석이 볼멘소리를 했다.

“형씨보다 차라리 내가 움막 가까이 가 살피고 오는 것이 낫겠소!”

강수도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자신이 움막 가까이 다가가 염탐을 하고 오겠다며 나섰다.

“대방 혼자 위험하지 않겟슈?”

“외려 혼자가 행동하기 더 수월하니 혼자 다녀오마!”

동몽회 녀석이 걱정을 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따라나서려는 기색은 없어보였다.

강수가 일행들을 두고 홀로 빠져나와 은신처가 있는 반대쪽에서 움막을 향해 다가갔다. 만에 하나 발각되더라도 길잡이와 동몽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멀리서 볼 때는 숲에 가려 한 채처럼 보였지만 움막은 두 채였다. 움막 주변에서 사람들 인기척은 없었다. 모두들 움막 안에 있는 듯싶었다. 하기야 이런 깊은 산중에서 더구나 이런 한밤중에 밖에 나와 돌아다니다가는 어떤 짐승에게 해코지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청풍도가 무뢰배들이나 뗏목꾼들이 바깥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게 틀림없었다. 강수는 두 채의 움막 중 작은 집채 쪽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게 구구여?”

강수가 작은 움막으로 접근하자 갑자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