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문학작가회
수필가

[충청매일] 신록이 푸르름을 더해가는 5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이 날, 부부의 날, 감격에 넘치는 날들을 보내면서 가정의 소중함이 절로 느껴지는 가정의 달이다.

가정이 이뤄지는 것은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인생길을 동행(同行)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둘이서 하나가 되는 5월 21일 부부의 날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감염병이 우리의 따뜻한 마음을 잔인하게 앗아갔다. 어쩌면 금년 5월이 평생에 잊지 못할 슬픔의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내 나이 서른에 이르러 아내와 만남이 이뤄져 인생의 동행은 출발되었다. 지금까지 55여년을 함께해온 세월은 험난했다. 셋방살이 신혼살림에서 내 집 장만에 이르는 가시밭길을 무던히도 참아 왔고, 살아오는 동안 병든 부모님 병 수발에 봉제사(奉祭祀) 받들며 힘들다 불평 없이 숙명으로 여기며 4남매를 길러온 아내에게 정말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이제는 젊은 날의 그 곱던 얼굴이 어디로 갔는지 주름살 만 늘어가고, 구부러진 등과허리 하얀 서리 내린 머리! 한평생을 동행하며 살아온 끈끈한 정! 그것이 고달픈 영혼의 흔적인지 보면 볼수록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더욱이 요즈음 허리 수술로 병원 생활 몇 달을 고생하고 집으로 돌아온 모습은 측은하고 안타깝기만 했다. 그래도 당신이 있음에 나의 노을길이 행복해지고. 우리의 삶이 외롭지 않아 더욱 아름다워 지리라.

인생의 결혼은 행복의 꿈을 꾸는 무지개 이었지만 살아온 한평생은 끊임없는 도전의 길이요, 새로운 창조의 길이었다. 돌을 하나 둘 주어다 공들여 돌탑을 쌓아가듯, 까치가 나뭇가지를 하나하나 물어다 둥지를 틀고 사랑하는 새끼를 기르듯이 몸부림치며 살아온 동행(同行)의 길이었다.

나는 장애인 복지관 서예교실을 매주 한번 찾아간다. 어떤 이는 부자(父子)가 함께 붓글씨를 배우러온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지만 지적장애인 아들을 데리고 같이 붓글시를 열심히 쓰는 부자동행(父子同行)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또 어떤 부부는 아내가 말 못하는 벙어리 장애인이지만 왼손이 불구인 남편이 아내를 차에 싣고 와 서예를 즐기는 부부동행(夫婦同行)의 아름다운 모습도 보았다. 이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길에는 인생의 고귀한 동행의 아름다운 가치가 존재 한다고 생각했다.

혼족, 혼밥, 혼술 이란 유행어처럼 홀로 사는 1인가구는 나라 전체가구의 25%에 달하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그중에는 독신주의자, 취업 못한 청년도 있겠지만 강제 해직을 당해 이혼(離婚)과 졸혼(卒婚)한 사람도 많다. 이익공동체에서 버림받고, 운명공동체인 가정이 핵가족화 되었다지만 그 곳에서도 소외당하고 나면 인간의 삶이 종말이 오는 것이 아닐까. 고독을 못 이겨 자살 하는 사람이 OECD국가 중 제일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 한다.

아무리 혼자 사는 것이 편하고 즐겁다 해도 그 삶은 인생의 행복이라 할 수는 없다. 인생의 삶에는 금덩어리처럼 무게 있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다. 둘이서 동행하는 삶에서 비롯되는 사랑과 슬픔, 고독과 환희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영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남녀가 서로 힘을 합해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가정이 행복해야 험악한 사회도 아름다워지고 나아가 국가도 건전한 복지국가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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