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처음 학교 가던 날은 아주 오래된 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초등학교 일학년 인걸 표시라도 하듯 하얀 손수건과 커다란 이름표를 가슴에 매달고 입학식을 치렀다. 어린 눈에 운동장은 넓디넓고 비슷비슷하게 생긴 교실이 주르륵 많기도 했다.

처음 보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두렵고 가슴 설레던 학교 처음 간 날, 그때나 지금이나 어린 아이에게 선생님은 마냥 어렵고 두려운 존재일까. 설레는 만큼 걱정스럽고, 기대하는 만큼 염려도 따르는 어린 것들의 시작. 교문 앞에는 졸고있는 노란 병아리들을 팔고 있고, 아이를 데리러 온 어른들이 늘어서있고, 운동장에는 뛰고 달리는 아이들로 가득 찰 어느 날이 수월히 왔으면 싶은 기대를 담아 피터 브라운의 ‘선생님은 몬스터’ 이야기를 골았다.

학교라는 소중한 공간에서 선생님과 아이의 갈등을 잘 풀어낸 그림책이 있다.

어느 토요일 아침, 바비는 자기만의 비밀 공간이 있는 공원에 놀러갔다가 커비 선생과 눈이 딱 마주친다. 한 동안 두 사람은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괴팍한 커비선생님 때문에 학교가기를 힘들어하는 바비인지라 선생님과의 갑작스런 만남은 기상천외의 일이다. 발소리도 쿵쿵쿵 무섭고 목소리도 쩌렁쩌렁하고 쉬는 시간에는 벌을 주며 쉬지도 못하게 하는 선생님은 바비에게는 몬스터다. 그런 선생님을 자기의 비밀기지에서 딱 마주쳤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도망치고 숨고 싶지만 그러면 큰일이 날 것만 같아 꼼짝 못하고 앉아있다. 바비가 손을 번쩍 들자 선생님은 여기서는 손을 들고 말하지 않아도 되고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바비가 선생님께 인사를 하려고 했다며 선생님의 모자가 멋있다고 말한다.

바비는 밖에서 선생님을 만나니 기분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둘이 어찌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을 때 바람이 불어와 선생님 모자가 날아간다. 선생님은 내가 아끼는 모자이고 할머니에게 선물 받은 소중한 것이라며 모자를 향해 달린다. 바비가 힘껏 달려 선생님보다 앞장서 모자를 잡아온다.

“바비 최고야!”라는 감탄사가 선생님 입에서 터져 나온다. 당황한 선생님은 바비가 착하다는 말이라며 어색해 하자 바비는 연못의 오리들이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대꾸한다. 선생님과 바비의 입에서 동시에 나오는 꽥꽥 소리가 공원으로 울려퍼진다. 한참을 선생님과 오리놀이를 하던 바비는 선생님을 그의 비밀기지로 데려간다. 커비선생님은 참으로 멋진 곳이라고 감탄하며 바비에게 하얀 종이 한 장을 건넨다. 비비는 종이비행기를 접어 하늘로 날려 보낸다. 비행기는 날고 또 날았다. 바비는 이렇게 멋지게 날아본 비행기는 없을 거라며 기뻐한다. 바비와 선생님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월요일에 학교에서 만나자며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다시 학교에서 선생님의 발자국 소리는 쿵쿵쿵 말소리는 쩌렁쩌렁하고 바비는 쉬는 시간에 비행기를 날렸다.

공원이라는 공간은 바비와 선생님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마음을 좁혀주는 장소가 되었다. 커비 선생님은 오리랑도 잘 놀아주는 사람이고 할머니가 선물한 모자도 소중히 여기는 다정한 사람이라는 걸 바비는 알게 되었다. 커비 선생님이 마음을 열면서 변해가는 둘의 모습은 연두색 피부가 분홍색으로, 심술궂은 눈과 뾰족한 이 커다란 콧구멍은 예쁜 눈 코 입으로 변화를 주어 섬세히 표현해냈다. 이제는 이전의 발소리, 이전의 목소리, 이전의 모습이 아닌 선생님과 어린 제자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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