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청풍도가 목을 죄다

[충청매일] ④ 청풍도가 목을 죄다

 “서창은 잘 다녀왔는가?”

봉화수는 북진으로 돌아오자마자 최풍원부터 급히 찾았다.

“예, 어르신!”

“애썼네!”

최풍원의 말 속에서 맨입으로 무리하게 일을 시킨 미안함이 들어있었다.

“그것보다도 몇 가지 상의드릴 일이 있습니다.”

봉화수도 그 마음을 알기에 얼른 화제를 돌렸다.

“뭔가?”

“서창 마차쟁이 일과 청풍도가와 관련된 일입니다.”

“서창 마차쟁이 일부터 말해보게.”

“서창에 팔규를 보내면 어떨까 해서요.”

“팔규는 지금 청풍도가와 장 언저리를 감시하고 있잖은가. 그런데 왜?”

“실은 서창 마차쟁이 차대길 노인이 사람을 하나 보내달라고 해서요.”

“사람은 왜?”

“우리 여각에서 무리한 요구를 한 지라 차 노인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든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우리 쪽 사람을 하나 넣으면 마차 만드는 작업을 빨리 마무리 지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리고…….”

“또 뭔가?”

“앞으로 우리 여각의 유통 물량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지 않겠습니까? 물량이 늘어나면 마차 수요도 당연히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그 때를 대비해 우리 여각에서도 마차 공방을 직접 운영한다면 그 힘이 될 듯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 기술을 배워둔다면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창 마차쟁이가 마차 짓는 기술을 알려준다 하던가?”

“다행이도 서 노인이 이제 그만 마차 만드는 일을 그만두려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평생 갈고닦은 기술을 전수시켜 주겠답니다. 우리 마차도 빨리 만들고 기술도 받고 장차 공방도 연다면 이중삼중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자네 생각에는 팔규를 보내는 것이 좋겠단 말이지?”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팔규가 눈썰미도 있고 손재주도 있고 또 약빨라서 그 일을 배우는 데는 적격이란 생각입니다.”

“팔규를 서창으로 보내게!”

최풍원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럼 팔규를 불러들여 서창으로 보내겠습니다.”

“그 다음, 청풍도가 얘기는 뭔가?”

“청풍도가가 지금 엄청 다급한 상황에 빠진 듯 합니다.”

“그거야 이미 우리도 일고 있는 사실 아닌가?”

“그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이번 서창 갔던 길에 본 바로는 청풍도가가 미친 것 같았습니다.”

“청풍도가가 아니라 김주태겠지! 그런데 왜 그리 보았는가?”

“산비알 화전민들까지 못 살게 갈구고 다닌다니 오죽 급하면 그렇게까지 설치고 다니겠습니까?”

봉화수가 서창에서 마차쟁이 차대길 노인의 이야기와 꼬부랑재 아래 마을에서 목을 매달아 죽은 응출네 내외 이야기를 했다.

“김주태 그놈은 사람 잡아먹는 귀신이여!”

최풍원이 봉화수 이야기를 들으며 온 몸을 떨었다. 보연이를 떠올리고 그러는 것이 분명했다.

“어르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우리 도중의 모든 임방객주들에게 명을 내려 지금 곤경에 처한 고을민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어떻게 도움을 준단 말인가?”

“지금 청풍도가에서 골골이 찾아다니며 죽을 지경인 사람들에게 묵은 빚은 물론이고 가을에 갚기로 한 빚까지 땡겨 내놓으라며 닦달을 하고 다닌답니다. 그러다 스스로 내놓지 않으면 집안을 샅샅이 뒤집어 꽁꽁 숨겨놓은 약초 뿌리는 물론 씨앗까지 알궈간다고 합니다. 그러니 여각에서 각 임방객주들에게 약간의 곡물이라도 대주고 청풍도가보다 먼저 그들의 물건을 매입하면 청풍도가로 흘러들어가는 그런 물산들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좋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우리 여각 형편도 그렇고, 그게 고을민들에게 장차 도움이 되겠는가?”

“저도 도중 사정이야 잘 알고 있지만, 그 정도는 우리 여각에서 감당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당장 목이 타는 사람들에게는 한 모금 물이라도 그게 목숨줄이 될 것이옵니다. 그리고 그 일이 청풍도가에게는 독이 되고 우리 북진여각에는 보약이 될 것이옵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