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사람 사는 세상에 도리가 우선이고, 나랏법이 저울처럼 공평하게 부려진다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은 없을 터였다. 그러나 언제든 법은 힘 있는 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들은 그 법을 이용해 자신들의 재물을 지키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채우기 위해 약한 사람들의 재물을 착취했다. 그들은 그 더러운 일을 성취하기 위해 법으로도 모자라 뒷전에서 무뢰배들의 폭력을 이용했다. 그들은 법과 폭력을 양손에 쥐고 온갖 행패를 일삼았다. 최풍원이 무뢰배 조직인 동몽회를 만들고 청풍부사를 매수하는 것도 이제부터 시작될 청풍도가와의 상권다툼에서 청풍도가의 횡포를 미리 막기 위한 대비였다.

“이보게 봉수! 이번에 배를 짓는 일과 뱃길은 자네가 책임지게!”

최풍원이 남한강 물길을 통해 각 임방에서 북진여각으로 운송될 물산을 심봉수에게 전담시켰다.

“이보시게, 대행수! 물길은 그렇다 치고 육로 운송은 어찌할 셈인가?”

“육로는 동몽회를 동원하세.”

“육로는 많은 인원이 필요한데 동몽회 아이들만으로 되겠는가?”

“동몽회로 부족하다면 영춘에 있는 자네 벌목장 애들과 통합해서 동몽회 규모를 키우는 것이 어떻겠는가?”

이미 모든 사안을 결정해 놓고 있었으면서도 대행수 최풍원이 짐짓 심봉수의 의향을 묻는 체 했다.

“지금이야 벌목장이 일손을 놓았으니 도울 수 있지만 가을부터 봄까지는 벌목도 해야하고 떼도 묶어야 하는데 여각 짐들을 옮길 틈이 나겠는가. 그리고 서로 하는 일이 완연한데 둘을 어찌 합한단 말인가? 그건 안 될 말일세!”

심봉수가 난색을 표했다.

“대행수님, 제 소견에도 합치는 건 그건 무리가 있습니다. 동몽회와 벌목장 장정들이 하는 일이 엄연히 다릅니다.”

강수도 불가함을 표했다.

“이런 방법은 어떠실런지요?”

봉화수가 최풍원의 의향을 물었다.

“얘기를 해보게!”

“배도 지어야 하고 돈 쓸 일이 처처인데 또 돈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라…….”

“말을 해보게!”

봉화수가 머뭇거리자 최풍원이 재촉했다.

“달구지를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달구지를?”

“아무리 젊은 동몽회원들이라도 많은 물량을 등짐으로만 옮기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 달구지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봉화수가 달구지를 만들자고 하는 이유는 이러했다.

북진은 육운보다는 수운이 더 발달한 곳이었다. 남한강 물길과 가까운 임방이면 배를 이용하면 되겠지만 산 높고 골 깊은 곳은 사람들이나 마소의 등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곳은 지금도 행상이나 장돌뱅이들이 물산을 받아 등짐으로 져 날랐다. 그러니 아무리 장사가 잘 되도 수급에 한계가 있으니 미처 사람들이 찾는 물건을 제때 충분하게 대주지 못했고, 물건을 팔고 받은 물산도 가져오는데 어려움이 컸다. 봉화수는 그 품을 줄여보기 위해 달구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금은 각 임방에서 장사꾼들이 물건을 지고 산지가지 가 물건을 팔고 사서 다시 임방까지 지고 왔다. 그러니 너무 품도 많이 들고 힘이 들었다. 그것을 달구지로 어느 정도 해결해보자는 이야기였다. 북진여각과 임방의 장사꾼들이 다니는 장사길 길목에 수집소를 설치해서 그곳에 물산을 보관해놓고 장사를 하자는 이야기였다. 임방에서 사람들에게 팔 물건을 수집소에 갖다놓으면 장사꾼들은 거기에서 물건을 가지고 바로 산지로 가면 되고, 또 산지에서 받은 물건을 수집소까지만 옮겨놓으면 그 다음은 임방에서 처리하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장사꾼들이 오가던 거리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여각과 임방, 특히 임방과 장사꾼들 사이의 동선이 확연하게 줄어들고 장사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물길과 많이 떨어져 있는 제천·덕산·조산촌 임방 외에도 내륙 깊숙한 마을로 장사를 다니는 행상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 확실했다. 봉화수는 내륙 깊숙한 임방과 그곳에서 장사하는 행상꾼들 사이를 달구지로 해결하자는 이야기였다. 뿐만 아니라 물길 가까운 임방이라 하더라도 선적하려면 배가 닿는 나루터까지 짐을 옮겨야 했고, 북진나루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여각까지 또 옮겨여 했다. 지금가지는 그 일을 사람의 등이나 마소의 등에 의존했다. 그렇지만 달구지를 이용하게 되면 소수의 인원으로 지금의 열 배 스무 배의 물산을 옮길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동몽회와 벌목장 장정들을 합치거나 할 필요도 없었다. 그 때 그때마다 물건이 필요할 때 여각에서 임방으로 실어다주고, 임방에서는 행상들이 원하는 장소로 옮겨다주고 행상들이 장사해서 수집해놓은 물산들을 오는 길에 실어오면 될 일이었다. 문제는 달구지를 만들려면 돈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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