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인 충북 충주시 기후에너지과 기후정책팀장]# 코로나19 0번째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또 안전안내문자가 도착했다. “개학이 더 늦어지겠네. 큰일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학교는 휴교, 학원은 휴원, 독서실도 문을 닫고. 스터디 카페를 가기엔 불안해 고3 아이는 집에 있다. 부유층이라면 1대1 과외라도 가능하겠지만, 맞벌이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대학교 개강이 늦어지면서 반수생은 증가할 테고, 재수생은 기를 쓰고 공부할 텐데. 벌써 밀리는 기분이다. 이런 엄마의 애타는 마음을 모르는 아이는 긴장감 제로다.

#사회적 거리 두기, 오늘의 직장인 행동지침. 아프면 퇴근하기, 2m 건강 거리 두기, 마주 보지 않고 식사하기, 퇴근 후 약속잡지 말고 바로 귀가하기, 밀폐된 공간에서 접촉시 감염위험이 더욱 높아져요. 가족과 동료를 위해 잠시 멈춰주세요.

오늘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문자가 쏟아진다. 엄마 마음을 아는 걸까? 모든 사람이 4월 개학을 위해 애쓴다는 느낌이다.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은 “내가 비록 골든글로브에 와 있지만, BTS가 누리는 파워와 힘은 저의 3천배가 넘는다”며 “한국은 그런 멋진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감정적으로 역동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감정적으로 역동적인 나라. 그 나라에 사는 국민, 시민, 우리. 문화예술 분야만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외세가 침입했을 때 백성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횃불처럼 들고 있어났다. 1998년 외환 위기 때는 국가 빚을 갚기 위해 온 국민이 나서 금 모으기 운동을 했다.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는 전국에서 온 국민이 모여 바위 돌에 묻은 기름까지 닦아냈다. 2017년 촛불집회, 수백만명이 모였으나 큰 사건 사고 없이 평화롭게 진행해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규정한 지금, 한국은 개방성과 투명성, 완전한 정보공개, 훌륭한 의료시스템과 긴밀한 협조체계로 코로나19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정시키고 있다. 전 국민이 대동단결하여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누군가는 마스크를, 누군가는 성금과 정성 어린 손편지를, 누군가는 도시락을, 누군가는 임대료를 낮춰 주기도 한다.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힘을 모은다. ‘이상한 나라’라고 한다.

나는 오늘도 퇴근과 동시에 집으로 향한다. 사무실-집, 집-사무실, 다소 답답해도 어쩔 수 없다. 우리 아이들과 이웃에게 소중한 일상을 돌려주기 위해 참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는 코로나19와 용감하게 맞써 싸우는 코리아 어벤져스다. 우리가 누군가? 역동적인 감정을 지닌 국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선진국민 아닌가. 우리는 이번에도 이겨낼 것이다. 내 가족과 이웃, 내 주변 사람을 믿는다.

불안보다는 믿음을, 비난보다는 배려하자. 모임·외식·여행은 연기하기. 발열·기침증상 있으면 보건소 찾기, 외출 자제하기, 2m 거리 유지하기, 개인위생 준수하기를 꼭 명심하자. 깃털처럼 가벼운 자유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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