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배와 마차를 만들다

[충청매일] ③ 배와 마차를 만들다

최풍원은 북진으로 돌아오자 영춘객주 심봉수를 불러 내리고, 장석이와 봉화수 그리고 도식이와 강수를 불러 모아 한자리에 마주앉았다.

“봉수! 우리도 배를 건조하세!”

“배를? 배 한 척에 얼마나 가는지  알고나 하는 소린가?”

“배가 있어야 우리 임방들 물산을 옮기지 않겠는가?

“작은 배 한 척도 오백 냥은 족히 넘을 걸세.”

오백 냥이면 쌀을 일백 섬이나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청풍 근방에서는 오십 섬만 농사를 지어도 부자라고 불리었다. 최풍원이가 한해 내내 장사를 해서 벌어들이는 돈 모두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배에만 투자한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일반 가정생활이나 장사집이나 살림에는 이모저모 쓸 일이 허다했다. 더구나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생겨 갑자기 쓰임새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형편에 많은 목돈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배를 건조하자니 심봉수가 듣기에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이젠 앞으로 점점 누가 먼저 남보다 물산을 옮기느냐에 따라 장사의 성패가 갈릴 걸세! 우리 여각과 각지의 임방들 사활이 걸려있는 문제네. 자네도 알다시피 산으로 둘러싸인 북진에서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옮기려면 강을 이용할 수밖에 없네. 배 두 척을 짓세!”

“뭐라고! 두 척?”

한 척도 버거운 판에 두 척이나 건조한다니 갈수록 첩첩산중이었다.

“영춘에 올라가는 대로 자네가 우복술 어른께 청을 해보게. 나도 따로 그 어른께 간곡하게 청을 넣어보겠네!”

최풍원은 조금도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청풍상인들이 모두 모여 있는 청풍도가에도 소선 한 척밖에 없다네. 그러지 말고 여유가 생기면 중고선이라도 한 척 사서 운용하기로 하고, 급할 때만 지금처럼 충주 윤 객주 지토선을 빌려 쓰면 어떻겠는가?”

장석이도 심봉수와 의견을 같이했다.

“형님, 그건 안 되오! 장사는 신용 못지않게 시간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남의 것을 빌려 일을 하려면 제때 내 일을 할 수가 없을 것 아니오. 그러다 시기를 놓치면 신용도 떨어지고 거래는 그걸로 끝이란 말입니다.”

대행수 최풍원의 생각은 단호했다.

“힘들겠지만, 배 만드는 문제는 자네가 책임을 지고 해결해 주게!”

최풍원이 심봉수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우복술 노인이 손재주 하나는 타고났지만, 그 어른이라고 뭔 용빼는 재주가 있겠는가? 배를 지으려면 이래저래 필요한 게 한두 가지인가? 그 양반도 배무이 하자면 나무도 들여야 하고, 품도 사야하고, 그걸 그 어른 혼자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심봉수가 난감해했다.

“내 어떻게 하든 한 척 짓는 값은 만들어볼 테니, 나머지는 한 척 값은 장사를 해서 갚아나가면 되지 않겠는가?”

“알았네.”

심봉수도 하는 수 없어 승락을 했다.

“장석이 형은 여각 창고를 지금보다 대여섯 배쯤 넓히도록 해주시우. 앞으로 사방에서 물산들이 모여 들면 지금 창고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테니.”

“창고는 맨손으로 짓는감?”

장석이 또한 막막하기는 심봉수와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대궐을 짓는 것도 아니고 비바람만 피하면 될 창곤데, 지난해 상전을 지으며 남았던 자재를 모아모시우. 그리고 봉수 자네는 지난겨울 벌목장에 버려진 잡목들을 모아 서너 바닥만 뗏목으로 보내주게. 나머지 작업은 형님이 여각 일꾼들을 데리고 하시우.”

“그리고 화수야 너는 각 마을에 임방들을 돌며 임방객주들과 상의해 지금 쓰고 있는 점방을 헐고 누가 보기에도 번듯한 생각이 들도록 임방을 훤하게 꾸미도록 하게. 장사가 실속도 중하지만,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때론 남에게 보이는 겉모습도 중하다네!”

이번에는 최풍원이 봉화수가 할 일을 말했다.

“어르신, 열두 개나 되는 임방을 제 혼자 하기에는 벅찹니다.”

봉화수 역시 난감해했다. 

“도식이 자네가 당분간 봉화수 일을 도와주게나! 필요하면 동몽회 아이들을 소집해 써도 무방허이!”

“성님, 알겠소이다!”

도식이만 최풍원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강수는 오늘부터 틈나는 대로 동몽회원들을 조련시키게! 우리 여각과 임방 활동이 활발해지면 동몽회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걸세!”

이제 북진여각과 임방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 사람들 왕래도 잦아질 터이고 많은 물량이 움직이다보면 당연지사 청풍도가도 소문을 듣고 최풍원을 견제할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생각할 수 있는 분명한 일이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