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읽는 열 가지 미술 키워드]출산한 여성들의 몸매, 이것이 진실이다
[여성의 눈으로 읽는 열 가지 미술 키워드]출산한 여성들의 몸매, 이것이 진실이다
  • 충청매일
  • 승인 2020.03.2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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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모성: 강요된 이념)
(4) 에로틱한 어머니라는 환상
여성 출산, 20세기 이후 미술 역사에서 본격적으로 다뤄
‘부셰 비너스’ 어머니보다 남성이 원하는 여성 모습 그려
‘누워있는 어머니’ 그림에서 에로티시즘 찾아보기 힘들어
“줄리, 덴 하그’ 출산한 날 아기와 산모 찍은 누드 사진
여성 일생 중에서 가장 극적이고 강렬한 리얼리티 표현


왼쪽부터 프랑수아 부셰, 비너스의 화장, 1730년대, 파울라 모더존-베커, 누워있는 어머니와 아기, 1906, 리네케 데이크스트라, 줄리, 덴 하그, 네덜란드, 1994년 2월 29일, 1994

 

 

톱모델이 출산 후 몇 달 만에 다시 완전한 몸매로 돌아왔노라 자랑하고, 아이 엄마가 된 지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이십대 같은 미모를 보여주는 삼십대 배우들의 모습이 화제가 됨으로써, 출산을 경험한 수많은 여성들은 자신들의 ‘게으름’을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이에 더하여 사회적으로 성공한데다가 아이를 양육하면서 완벽한 가정주부이기도 한 여성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흔하디흔한 잡지 기사를 읽고 나면, 보통의 여성들은 자신이 뭔가 모자라는 존재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실제로 여성이 겪는 임신과 출산은 전 신체가 뒤흔들리는 경험이며 이전과는 다른 신체와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이후의 과정을 동반하게 되는 것임에도 말이다. 

미술의 역사 속에서 여성의 출산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작품은 20세기 이후에 여성작가들에 의해 제작되었지만, 출산 후 어머니의 모습은 과거에도 종교화와 신화화 속에서 종종 다루어졌다. 성모 마리아가 출산 후 어린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나 비너스가 아기 큐피드와 더불어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작품들에서 전형적인 평화로운 모자상이 탄생하고, 이러한 도상은 오늘날까지도 줄기차게 그려지고 애호되는 모티프이기도 하다. 아기예수와 함께 있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은 신앙과 모성애의 성스러움을 보여주고, 비너스와 큐피드가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더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비너스의 화장’을 그린 프랑수아 부셰(Francois Boucher)는 프랑스 로로코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프랑스 아카데미의 오랜 회원이었으며 원장까지 지냈던 인물이지만 미술에서의 쾌락주의라고 불릴만한 주제를 전방위적으로 그려내면서 왕가와 귀족은 물론, 복제 작품들을 통해 서민들의 대중적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다. 부셰가 그린 작품들 가운데 인기가 높았던 비너스의 큐피드 그림은 각기 다른 구도로 여러 점이 남겨져 있어, 이 주제에 그가 매우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날개를 단 어린 큐피드는 어머니의 몸을 장식하는 푸른 끈 하나를 잡고 놀고 있고, 어머니인 비너스는 진주 장식을 머리와 몸에 휘감고 치장을 하는 중인 것 같다. 비너스의 포즈는 전신을 관객에게 공개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으며 음부만을 흰색 천이 살짝 가리고 있는 모습이다. 금빛 장식이 있는 침대가 있지만 신화 속의 인물들이므로 폭신해 보이는 구름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으며, 화면의 오른쪽에는 공작 한 쌍이 배치되어 있다. 이런저런 그림 속 요소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것도 없이 이 그림의 ‘주제’는 비너스의 아름다움이다.

돌배기 정도가 된 어린 아기의 어머니인 비너스는 어느 한 구석도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다리를 곱게 모은 채 치장을 하는 이 아름다운 모습은 누구의 시선을 위한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어머니이기는 하되 미의 여신답게 가장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다리를 곱게 포개고 비스듬히 누워 최대한 몸의 굴곡을 만들고 양 팔을 열어 상반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이 비너스를 아기 어머니로 볼 사람이 누가 있을 것인가. 부셰의 비너스는 아기를 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이 원하는 여성의 모습이며 남성 시각의 에로티시즘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시대를 좀 지나, 20세기 초 독일의 여성화가 파울라 모더존-베커((Paula Modersohn-Becker)의 모자상을 보면 이 차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모더존-베커의 ‘누워있는 어머니와 아기’에는 한 팔을 아기의 베개로 내 주고 잠들어있는 어머니와 그 가슴에 꼭 붙어 있는 아기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고갱의 영향을 받았고 독일 표현주의 계열로 분류되는 모더존-베커이기에 인체를 표현하는 양식의 차이가 있음은 논외로 하고, 다만 어머니와 아기의 모습을 구성하는 방식에만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모더존-베커는 자신의 고향 독일 보릅스베데를 떠나 파리에서의 여정을 통해 자신의 화풍을 다잡았고 자신의 양식을 구축한 여성 화가였다. 동료 화가였던 남편과의 복잡한 심리적 관계로 인해 어머니가 되는 일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랬던 만큼 임신에 대해서 신중하게 결정을 하고 실제로 임신해서는 기쁘게 그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누워있는 어머니와 아기’는 그녀가 임신하기 이전 1906년에 그려진 그림이다. 아기를 보호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며 아기와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로운 삶에 대한 열망을 함께 드러냈던 모더존-베커는 안타깝게도 1907년 11월 딸을 낳은 지 이주 만에 산후 후유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누워있는 어머니와 아기‘에서 어머니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바닥을 짚은 팔에 가려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세부적인 묘사를 생략하는 모더좀-베커 작품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잠든 아기를 최대한 보호하려는 포즈를 하고 있다는 것, 그 어머니의 품에서 아기도 가장 안전하게 잠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미술의 역사를 통해 침대에 누워 완벽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여성상을 수없이 보아 왔지만, 이 여인상은 과거의 누워있는 여성상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과거의 미술작품에서와는 달리 음모까지 노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어진 가슴과 배, 둔중한 허리로 인해 출산의 여파가 그대로 몸에 새겨져 있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더존-베커의 아기 어머니는 더 이상 남성의 눈에 에로틱한 환상을 꿈꾸게 하는 이상적인 여성이 아니다.

최근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네덜란드 사진가 리네케 데익스트라(Rineke Dijkstra)는 더욱 사실적인 출산 후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1994년에 제작한 ‘줄리, 덴 하그, 네덜란드, 1994년 2월 29일’는 작가의 친구가 출산한 바로 그 날 아기와 어머니가 된 친구를 모델로 한 사진이다. 네덜란드는 특이하게도 병원에 가지 않고 가정 내에서의 출산하는 비율이 30퍼센트나 될 정도로 전통적인 출산 방식을 선호하는 나라이다. 작가의 친구 줄리도 집에서 출산을 하고 몸을 추스린 후 기꺼이 친구의 모델이 되어 주었다. 데익스트라는 친구 줄리의 출산 후 모습을 찍은 이후 다른 두 명의 산모를 같은 방식으로 찍어 연작을 완성하였다.

산모의 이름과 출산을 한 도시와 나라 그리고 날짜를 특정한, 제목이 긴 이 작품에서 아기를 안은 줄리의 모습을 보면, 튼튼한 두 다리로 바닥을 딛고 커다란 팬티를 입고 있으며 출산 후 계속 몸에서 빠져나오는 오로 때문에 산모용 패드를 팬티 안에 대고 있다. 아기를 낳은 후에도 부른 배는 날씬해지지 않았지만 줄리의 얼굴에는 무사히 출산을 한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어머니의 큰 손에 안겨 가슴에 찰싹 붙어 있고, 한 손으로는 아기의 눈을 가려주고 있다. 밝은 빛이 아기의 시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줄리는 아기의 얼굴을 손으로 가렸고, 이때의 경험 때문에 리네케 데익스트라는 이후부터는 산모와 아기의 사진을 찍으면서 밝은 사진용 조명을 사용하지 않았다.

줄리의 얼굴, 줄리의 몸은 출산이라는 특별한 여성적 경험을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까지 미술의 영역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실제 산모의 모습, 출산한 당사자 이외에는 알기 어려웠고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전통적인 의미에서 아름답기보다는 눈에 거슬리는 요소들로 이루어진 이 누드에서, 여성의 일생 가운데 어쩌면 가장 극적이고 강렬한 리얼리티가 뿜어져 나온다. 줄리를 둘러싼 일상적인 실내, 그녀의 표정과 아기를 보호하려는 단단한 포즈에서 우리는 여성이 출산을 통해 느끼는 압축된 감정을 보게 된다.

여성 작가의 시각에서 바라본 여성의 출산과 출산 이후의 신체적 변화는 남성적 시각에서 어떠한 에로티시즘도 불러일으키지 않겠지만, 이것이 바로 진짜 여성의 몸이며 인류의 진실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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